[편집국장 칼럼] 임정기

6·4지방선거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은 충청권 광역단체장 4곳 중 단 한석도 얻지 못하고 참패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를 놓고 여당은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안정론을 내세워 승리토록 표를 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했고 제일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현 정부 심판론으로 맞서며 표심을 자극했다.

뚜껑을 연 충청권 선거결과는 여당의 패배로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충청민심의 거센 풍랑을 헤치지 못하고 중원에서 좌초됐다.

중원을 잃은 여권지도부의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천안출신의 서청원(7선·경기 화성갑)중앙선대위원장을비롯, 이완구 원내대표(3선·충남부여 청양)겸 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인제(6선·충남논산 계룡 금산) 공동선대위원장, 정우택(3선·청주 상당구) 공동선대위부위원장 등 충청출신의 당지도부가 총력 지원에 나섰지만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을 뿐이다.

어쩌면 여권의 충청권 광역단체장선거 참패는 예견됐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먼저 후보들의 자만과 경쟁력 약화를 들 수 있다. 대전의 박성효 후보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서울 신촌 유세중 테러를 당한직후 병원에서 "난 괜찮아요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18%p나 밀렸던 상황에서 당선시킨 장본인이다.

'선거의 여왕' 박 대표 지원에 힘입어 대전시장·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이번선거 초반 후보로 나서 두 자릿수로 벌어진 지지율 격차만 믿고 자만했다. 그의 선거캠프 참모들도 그랬다. 이런 자만은 권선택 새정치연합후보가 당선되게 일조한 꼴이됐다. 결국, 자만이 화를 부른 것이다. 박 후보는 또 불출마를 선언한 현 염홍철 시장을 끌어 안지도 못했다. 충북의 새누리당 윤진식 지사후보는 어떤가. 급조된 선거캠프는 선거운동기간 내내 일사분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50년 지기인 이시종 새정치연합 후보와 맞붙은 그는 정책선거 보다는 마타도어 선거전을 치른다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주었다. 또 충북도당이 내세운 공약은 지난 대선공약의 재탕이란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선거막판 오창산단의 발암물질 배출 기업을 유치한 장본인으로 이 후보를 공격 했지만 "같은당의 정우택 전 지사 때 허가와 유치가 이뤄졌다"고 되레 되치기를 당했다. 그런가하면 충북도 선관위가 불법 여론조사 공표 혐의로 선거 하루 전날 윤 후보를 고발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집권여당의 도지사후보를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짙음을 반증한다. 더욱이 윤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혐으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받아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후보란 약점도 지녔다.

밤새 진땀 나는 개표가 이어졌지만 47.68%를 얻은 그는 49.75%를 기록한 이 후보와의 2.1%p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충남도지사 후보 역시 안희정 새정치연합 후보의 대선주자 이미지를 극복치 못하고 패했다. 세종특별시장 역시 세종시로의 행정기관 이전이 완료되면서 공무원 및 수도권 인구 유입 등으로 과거 연기군을 벗어난 표심에 힘입은 이춘희 새정치연합 후보가 여당의 유한식 후보를 15.6%p 차로 가볍게 따돌렸다.

자만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 공천, 선거전술의 부재는 필패로 이어졌다. 그나마 충청권에서 여당후보들이 선전한 이유는 당 지지도 보다 높은 50%대의 지지율을 보인 박 대통령에 의존해 선거를 치뤘기 때문이다.

충북지사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가장 무서웠던 존재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고 술회했다. 여당후보 보다 지지율 높은 박 대통령을 앞세운 선거전이 힘들었음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어쨌든 여당은 허리인 중원에서 패했다. 중원에서의 패배는 차기 대권창출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다. 그래서 여당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여당은 현재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중원을 잃은 여당은 권토중래 하기위해 힘을 키워야한다.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대통령만 앞세우고 혁신없이 계파간 정쟁만 이어진다면 여권의 정권 재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는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민심이 이번 지선에서 무엇을 원했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역대 대선에서 중원을 잃고 승리한 후보는 없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노무현 참여정부 모두 충청을 끌어 안아서 탄생됐다. 일찍이 천하를 얻으려면 중원을 얻으라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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