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이민우 사회부장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서 취업심사 빠져
'전관예우' 사실상 '사기'와 다를바 없어
관료주의 병폐 막기위한 제도개혁 시급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촉발된 민·관 유착을 뿌리뽑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공직자윤리법안에 변호사 등의 전관예우 취업을 차단하는 대책은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취업할 때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취업심사 결과 공무원의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와 취업예정기업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취업이 제한되지만 지난 2011년 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에게는 예외가 적용됐다.

변호사가 자격증을 살려 법무법인에 들어가거나 회계사가 회계법인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취업심사를 면제해줬다. 세무사 자격이 있는 퇴직관료가 세무법인에 입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위 판·검사가 퇴직 직후 로펌에 취업해 고액연봉을 받는 관행, 이른바 전관예우의 제동장치를 완전히 없애버린 것이다. 법조인 출신 국무위원이 인사청문회 때마다 고액연봉으로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것도 이 조항과 무관치 않다. 변호사 등에 대한 취업심사 면제 '특혜'는 예외없이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다른 고위공직자와 형평성 차원에서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관예우 근절대책 입법이 지지부진한 데는 법무부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관예우는 현실로 존재한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힘', '괴물 중의 하나'다.

전관예우는 관행이라고도 하고 윤리의 문제라고도 한다. 그래서 해결방법을 마련하기 어렵고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관예우에는 윤리의 문제가 있다. 공직자들의 자기식구 챙기기가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관예우는 사실은 '범죄'다. 전관예우는 '사기'와 구조가 비슷하다. 사기는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는 범죄다. 전관예우 역시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속인다. 그리고 의뢰인으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임료를 받는 것이다. 전관예우는 범죄이면서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법조비리의 핵심은 항상 전관예우였고 법조관료와 변호사의 유착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대전법조비리, 의정부법조비리 사건은 전관예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관예우의 뿌리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진단한다. 공직자들의 식구챙기기, 온정주의 문화, 전관예우에 대한 의뢰인들의 기대, 공직자들의 과도한 재량, 공직자들의 준법의식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은 부분적이고 표면적인 것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권한의 독점과 관료주의에 있다. 판·검사와 같은 법조관료들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현실, 그리고 관료주의로 형성된 조직이기주의가 그 원인이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제도개혁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제도개혁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전관예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리와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윤리와 교육이 사회의 수준을 높이고 품격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근본적인 동력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전관예우를 확실하게 없앨 수 있는 제도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기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