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엊그제(6월 30일) 공직을 떠난 김대성 충북도 부교육감이 남긴 '퇴임의 변'은 공무원의 처신과 소신의 범위에 대해 여러모로 곱씹게 한다. 그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당선된 후 인수위 활동이 가시화되자 "당선자와 교육철학이 맞지 않아 떠나야 겠다"는 취지의 언급과 함께 교육부에 명예퇴임을 신청했다. 그는 한배를 탔던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과 상반된 정책과 공약을 보며 당선인과 함께 하는 것이 소신과 양심에 반한다는 생각에서 결심을 굳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퇴임식에 앞서 신문사를 방문한 그로부터 앞서 언급했던 입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전교조 출신)교육감 당선자의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일선 교장·교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았다. 진보성향 교육감과는 한배를 타기 어렵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공직자라해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9급에서 시작해 37년간 교육행정직에 몸담아 이사관까지 승진한 그는 교육계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을 것이다. 또 선출직을 제외하면 '행정 수장'이라 발언에 '무게'도 실렸다. 그래서 보수층이나, 김병우 충북교육감을 선택하지 않은 진영에서 보면 아마 그의 등이라도 두드려 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진보 성향의 새로운 '교육권력'에 '일갈'한 그의 태도에 대해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보면 교육수요자나, 교육감을 선출한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 발언의 앞뒤를 살펴보면 부아가 치밀 수 있다. 선출직 교육감이나 단체장이 맘에 들지 않아 떠나겠다는 것인데, 공무원이 이래도 되냐는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선출직 교육감이나 단체장은 4년마다 바뀔 수 있는데 이럴 때마다 김 전 부교육감처럼 '소신이 달라 못하겠다'는 공무원이 나오는 꼴을 국민이 봐야하는 것이냐는 말이다. 선출한 반장과 뜻이 달라 학급을 바꿔 달라는 아이를 '소신있다' 가르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김 전 부교육감의 발언을 처음 접했던 때 문득 십수년전 접했던 책 내용이 떠올랐다. 충주 출신으로 한때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던 임호 변호사는 1999년 법조계 속내를 다룬 '빈자의 법정-변호사 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전관 예우 변호사들의 '신문 개업 광고'의 속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관 예우 변호사들이 개업을 하면서 광고를 하게 되는데 그 광고도 결국은 브로커들한테 거래를 터보자는 편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법조계 주변에 흔했던 브로커와 변호사들의 사건 알선 수수료 지급 관행을 이야기한 것인데, 변호사 학력과 경력을 알리는 개업광고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게 아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눈에 확 띄었던 대목이다.

김 전 부교육감은 신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미 여러군데서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진보 교육'에 '한방' 날린 그의 발언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효과를 거둔 셈이다.

선거 때마다 갈릴 수 있는 단체장, 교육감과 업무 파트너가 되는 공무원이든, 그렇지 않은 위치에 있든 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를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야 정치적 갈등과 이견이 '용광로'처럼 녹아 질서가 유지되는 것 아닌가. 그 대상이 보수든, 진보든 마찬가지다. 떠나려면 말없이 조용히 정리했던게 더 좋았다는 소리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