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칼럼]김일태 전남대 교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아직도 11명의 실종자가 칠흑 같은 바다 속에 남겨져 있다. 6·4 지방 선거로 브라질 월드컵으로 7·30 재·보선으로 잊어지지나 않을지 암담하다. 이런 사이에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기관보고는 물론 예비조사팀 구성에서 조차도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국정을 쇄신하기 위한 총리 후보자 지명과 개각은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전관예우라는 발목을 잡혀 자진 사퇴하였고, 뒤이어 내정된 문창극 후보자 역시 국가관과 역사관의 편향으로 여야는 물론 국민의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낙마했다. 대한민국의 대개조는 시작도 못하고 초기부터 흔들리고 있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국민으로부터 동떨어진 지도자의 모습을 본다. 항상 개조는 힘들다. 기득권층이 있기 때문이다. 개혁으로 기득권 구조가 변하거나 사라지는 것을 지키려는 계층에게 개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진정한 지도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개혁의 힘은 민심으로부터 나온다.

 과연 국민들에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진정한 지도자는 어떤 모습인가? 중국 전국시대 개혁가 오기(吳起)나 남송 시대 명장 악비(岳飛)는 <손자병법 지형편(地形篇)>에 나오는 "병사를 어린아이처럼 대하면 함께 깊은 물을 건널 수 있고, 사랑하는 아들처럼 여기면 죽음도 함께 할 수 있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한 지도자의 모습일 것이다.

 또한 고대 로마시대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지휘한 한니발에 대해서 역사가 리비우스는 "추위나 더위도 묵묵히 참고, 병사의 것과 똑같은 내용의 식사도 시간에 맞춰서가 아니고 공복이 느껴질 때만 먹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는 나무가 그림자를 만들어 놓은 땅바닥에서 병사용 망토만 두르고 잠을 자는 한니발의 모습은 눈에 익은 풍경이었다(시오노 나나미의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라고 그리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하들은 한니발을 한없이 존경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17년 동안이나 도망치지도 않고 힘들어도 로마라는 적지에서 한니발과 동고동락하면서 로마군과 싸웠다.

 이들 지도자는 리더십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아픔을 해결하고, 국익을 위해 헌신하고,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지도자의 상을 실천하는 분이 우리 곁에 있기를 원한다.

 세계의 역사에서 1,000년 이상을 유지한 국가도 드물다. 우리는 이탈리아 반도의 작은 도시국가로부터 시작해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고대 로마제국과 아드리아 해의 석호(이탈리아 말로 라구나)에서 시작해서 지중해의 패자가 된 베네치아공화국의 모습에서 국가 개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국가는 격랑의 역사 속에서 내부와 외부의 위협과 도전으로부터 천년 이상을 지탱하여 왔다.

 고대 로마제국은 천년이 넘는 거대한 역사를 존속하기 위해서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건국한 이래로 476년 이민족에게 멸망당하기까지 대개조에 해당되는 세 번의 커다란 정치 시스템 개혁을 단행했다. 첫 번째는 기원전 509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의 이행이고, 두 번째는 기원전 390년에 발생한 '켈트 족의 습격'이라는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민에게 권력을 개방한 공화정 체제의 내부 개혁이다. 마지막으로 카이사르로부터 시작해서 아우구스투스에 의해서 완성된 제정으로의 변천이다. 로마인들은 국가와 시민을 지키기 위해서 국체까지도 바꾸는 대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에 의하면, 고대 로마인들에게 국가란 주민 공동체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귀족 등의 특권계급이나 사적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대개혁이 가능했다.

 반면에 베네치아공화국은 452년 훈족 아틸라의 침입을 피해 개펄지대 가운데 있는 섬에서 도시국가로 시작해서 1797년 나폴레옹에 의해 멸망당하기까지 공화정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보존한 국가이다. 이것은 베네치아공화국이 한 개인이나 가문, 계층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한 기관이나 집단이 강대한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합의제로 국가적 결정을 했으며 중요한 요직은 일정한 휴직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재선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 시스템을 유지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마다 역사와 전통을 내재하고 있으며 이를 지탱해 준 역사의식이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기존 시스템을 모두 부정하는 개혁도 성공하지 못하고 이를 거역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지도자도 성공하지 못한다.

 개혁은 특수 이익집단이나 최상위 계층의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권력에 의해 망가진 민주적 질서의 약화, 정의와 공정성 가치의 훼손, 불평등, 국가적 정체성의 위기, 그리고 국민적 불행을 회복시켜 도덕적 가치를 복원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국가의 정치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을 바로 잡는 일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에서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정경유착, 전관예우, 관피아 등의 악습을 전폐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구조만을 새롭게 구축할 때만 대한민국은 부흥할 것이다. 그것은 작게는 행정, 입법, 사법 시스템의 개편, 인적 청산, 그리고 법과 제도의 정비인 정치 개혁과 경제 개혁일 것이고, 크게는 국가 권력 구조를 변경시키고 국민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포함하는 통치 시스템의 개혁일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한민국 시스템의 개혁이 기득권층과 타협하는 개량의 수준에 머물지 말고 적폐를 일소하는 대개조로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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