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할만한 직업이다. 공천받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총선 기간중 몇달만 고생하면 4년간은 호사(好事)를 누릴 수 있다.

일반 근로자의 평균연봉보다 4배나 많고 웬만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국회의원보다 많은 고액 연봉을 받고 분대급 보좌진을 거느린다.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을 부하직원 나무라듯 혼낼 수 있고 출판기념회라도 할라 치면 두툼한 돈봉투가 밀물처럼 들어온다. 여기에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으니 지역에 내려오면 지방의원들이 수족처럼 모신다. 2만5천원짜리 금배지에 올인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국회의원 연봉은 1억4천109만7천920원이다. 최저임금 4천860원을 받는 사람이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할 때 3천629일을 휴일 없이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13만 1천원인데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3천757만2천원이다. 국회의원 연봉은 노동자 1인당 평균연봉의 3.7배에 달하는 셈이다.

선진국 뺨치는 액수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독일 국회의원보다 높다. 복지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의 의원들의 보수는 7만-8만 달러 수준으로 우리나라 의원들의 비교상대도 안된다. 여기에 KTX도, 선박도 무료다. 해외에 나갈때도 VIP대접을 받는다.

다음 선거때 실탄이 필요하거나 돈이 아쉽다면 출판기념회를 가지면 된다. 그것도 본인이 쓰기 귀찮으면 출판사가 직업대필작가를 섭외해 그럴듯한 책을 뚝딱 만들어준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즐긴다. 예산심의확정, 입법권, 국정감사, 국회청문회등 권한이 막강하다보니 유관기업과 지방의원, 기관·단체로 부터 책값정도가 아니라 목돈수준이 굴러들어 오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국회의원 300명의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192명의 의원이 총 279건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중 4년간 2회 개최한 의원은 54명, 3회 개최한 의원은 13명이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4년간 6차례나 행사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신모 의원처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책값봉투에만 3천800만원이 들어있던게 사실이라면 다른 의원들도 귀가 솔깃할 것이다.

요즘은 지방선량들도 국회의원을 따라 하고 있다. 아예 선거를 코앞에 두고 출판기념회를 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와 교육감 출마를 선언했던 몇몇 후보는 출판기념회를 열어 거액을 챙긴뒤 불출마선언을 하기도해 지탄을 받았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후원금 조달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편법 혹은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의 창구로 활용된다.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는 약과다. 국회의원은 마음만 먹으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입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의원입법은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으로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지만 입법권 장사로 변질되면 얘기가 다르다. 파렴치한 범죄행위가 된다.

최근 야당의원 3명이 뇌물수수로 줄줄이 엮인것은 입법권을 돈과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금배지가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비리혐의로 위기에 몰리면 대가성이 없다고 우기면 된다. 그것도 힘들면 소속정당에서 '야당탄압대책위원회'를 만들거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임시국회라도 열면 된다. 비리의원들을 위한 '방탄국회'다.

정치인들은 소신과 철학을 내세우며 '정치개혁'을 외친다.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는 지난 1월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정치자금법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현대표는 최근 "선출직이나 고위공직자는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개선책을 내놓도록 당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새정연 안철수 전대표는 2012년 대선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자고 제의했으며 김한길 전 대표도 올해 초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들 정치인의 말이 실천될 것을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토록 새정치를 외쳤던 안철수·김한길 전대표와 문재인의원도 방탄국회 소집안에 서명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곳이 오늘의 대한민국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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