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개원 한달을 갓넘긴 충북도의회는 이제 도민들이 걱정하는 양상이 됐다.

'한지붕 두집살림'의 '불통 의회'를 보다못해 도의장·도의원을 지낸 원로들이 나서 도의장에 "야당과 대화에 나서 달라"는 주문을 할 지경이 됐다. 김진호·김준석 전 충북도의장과 도의원을 지낸 한장훈 충북지역개발회장이 지난 25일 이언구 의장을 찾아 '훈수'를 한 일을 말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들은 '정치적 부침'이 심했던 충북 정치사의 한복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다. 한때 충청권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옛 자유민주연합에서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격량 속에서 '정치적 패권'도 '쓴맛'도 다 경험했다. 충북 지방의회 굴곡의 역사도 꿰뚫고 있어 이해도도 높아 격식없이 의장실을 찾아 '훈수'를 둘 정도의 기(氣)를 지닌 인물들이다. 의장실 밖으로 전해진 이야기를 종합하면 '의장이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정도의 완곡한 표현으로 정리된다.

지방의회 사정을 잘 아는 이들도 이처럼 관망만 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는데,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요즘 술자리에서 어쩌다 지방의회 얘기를 꺼내는 이들은 '육두문자'부터 날린다. 청주시의회 의원들이 '순금 의원 배지'를 달겠다며 공동 주문한 사건은 대표적인 안주감이다. 언론을 통해 이야기를 접한 60, 70대 어른들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감정을 토해낸다. 젊은층은 말할 것도 없다. 의회 사정을 제법 아는 이들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시선을 고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같은 시중의 여론을 감안하면 법적 잣대 이상의 형벌이 이미 가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출범 이후 여야 의원들이 회의다운 회의 한번 하지 못한 충북도의회도 마찬가지이다. 새누리당의 의장단 싹쓸이 파장이 채 가시기 전에 해외연수에 골몰하는 모습은 어떻게 비쳐질까. 도의회를 비롯해 충북도내 기초의회들이 앞다퉈 의원재량사업비 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도의회의 경우 2014년 상반기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 1인당 3억씩 집행한 의원재량사업비를 1인당 1억5천만원씩 또 요구하고있지 않은가.

지방의회를 옥죌 논란거리는 또 대기중이다. 곧 지방의원 의정활동비(연봉)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하다. 의정활동비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연도에 책정하게 돼 있어 9월말이나 10월 무렵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청주시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는 부단체장 규모의 의정비를 요구할 태세인 모양이다. 지방의회마다 '의정비 현실화 카드'를 꺼낼텐데 요즘 상황이라면 누가 수긍하겠나.

이언구 도의장이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소리나 "의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정도의 완곡한 표현의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잘 들어야 한다. 몇몇 인사들이 의장실을 찾았지만, 이 의장은 '셈'을 달리해야 한다. 새정치 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여당에 대한 따가운 시선 못지 않게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일 때 역시 심했지"라는 비판이 따라 붙곤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일을 바라보는 일반의 상식은 큰 차가 없기 때문이다. 초유의 일에 오금이 저릴만도 한데, 충북도의회 의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선거 때마가 다수당이 바뀌었던 '질곡의 수레바퀴'가 이미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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