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은비(22·고은비)를 애도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진 이틀째인 4일에는 특히 은비의 동료들인 아이돌 그룹이 대거 찾아왔다.

스케줄을 소화한 3일 밤부터 '에이핑크'를 시작으로 '비원에이포(B1A4)', '베스티', '달샤벳', '방탄소년단' 등 레이디스코드와 예능·음악 프로그램 등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쌓은 아이돌들이 은비의 넋을 달랬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AOA' 멤버들은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은비는 레이디스코드 소속사인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로 옮기기 전 AOA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에서 2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다.

은비와의 추억을 회상한 AOA 멤버들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팀에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러블리 코드를 맡았던 은비의 생전 별명은 '은비타민'이었다. 연습생 생활을 오래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유연하면서도 밝은 모습으로 가요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이 때문인지 동료 아이돌들은 더욱 슬퍼했다.

8년 전 교통사고로 철심을 박는 등 큰 부상을 당했던 김희철은 빈소를 다녀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늘로 떠난 은비양을 오늘 영정사진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너무나도 귀엽고 착한 미소로 웃고 있는 친구를 보니 눈물이 나더군요"라고 남겼다. "사실 남 일 같지 않던 이번 사고에 전날부터 SNS에 글을 남길까 말까 고민했다"는 그는 "안전벨트를 꼭 착용해 주세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레이디스코드의 또 다른 멤버 소정과 애슐리, 주니는 이 병원에 입원 중이다. 정신적 충격 외에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애슐리와 주니는 이날 밤 은비를 조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정은 골절상을 입어 거동이 불가능하다. 레이디스코드의 또 다른 멤버 리세는 수원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수술 재개 여부를 살피고 있다.

스케줄 등으로 빈소를 찾지 못한 선배 가수들의 위로도 이어졌다.

21년 전 같은 팀의 보컬 김재기(1968~1993)를 잃은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저질러지지 않을 수 있는 일이 저질러진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권리세씨를 비롯해 다른 멤버들이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권리세가 출연한 2011년 MBC TV '위대한 탄생' 시즌1의 멘토다.

이날 쇼케이스를 연 길미 역시 "후배 친구들이 좋지 않을 일을 당해서 가슴이 아팠다"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팬들은 최고의 애도를 보냈다. 레이디스코드의 두 번째 미니앨범 '코드 #02 프리티 프리티' 수록곡 '아임 파인 생큐'가 이날 멜론,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벅스 등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전날 오후 상위권에 오르더니 급기야 정상을 차지했다.

레이디스코드의 대표곡 '예뻐예뻐'가 실린 앨범에 포함된 이 곡은 멤버들의 보컬이 조화로운 발라드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곡임에도 은비의 생전 소원이 '음원차트 1위'라는 사실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뜻을 모아 순위가 급상승했다. "난 참 바보처럼 그대만 불러요. 언젠간 그대도 날 보겠죠. 한참 기다리다 눈물이 고여요.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죠"로 이어지는 노랫말이 애달프다.

한편, 레이디스코드 멤버들을 태운 뒤 차고를 낸 스타렉스 차량이 사고당일 빌린 렌터카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본래 타던 차에 문제가 생겨 정비를 맡긴 뒤 이 차를 빌렸는데 뒷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비는 이날 오전 입관됐다. 유족들은 오열했다. 발인은 5일 오전 8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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