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사회부 기자

요즘 10쌍중 1쌍(9%)은 국제결혼으로 맺어진다.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족은 70만명에 달한다. 충북도내에도 7천200여명의 이주여성이 살고 있다. 5년새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다문화자녀도 7천720명이나 된다.

하지만 가족과 고향의 품을 떠나 이국땅에서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농촌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근근이 살아간다. 언어·문화적 차이에서 겪는 혼란에다가 출산·양육까지 겹치면서 삶은 고단하고 외롭다. 친정에 가는 것도 수년에 한번, 10여년에 한번쯤으로, 쉽지 않다. 한국에서 꾸린 가정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탓이다.

이러한 이주여성들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사업들이 최근 늘고 있다. 이주여성 친정 보내주기 사업, 친정부모 모셔오기 사업, 이주여성들의 친정엄마·친언니 되기 결연사업, 친정 택배비 지원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도움의 손길을 받는 이주여성들은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만족도는 높다. 특히 친정부모와의 만남은 이주여성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 살고 있는 필리핀 이주여성 체리 이에스파노(38)씨는 요즘 한숨뿐이다.

소작농인 남편과 함께 벼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한국생활도 힘들지만, 필리핀에 계신 친정아버지가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 심해져 지난해 한쪽 눈을 잃은데 이어, 다른 한쪽 눈마저 실명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체리씨의 친정아버지는 당뇨합병증으로 하던 일마저 손에서 놓았고 지금은 누워 지내고 있다.

"친정아버지의 두 눈이 다 멀기 전에 그리워하시는 딸의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서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자리가 될 거에요."

그녀는 2007년 한국에 시집온뒤 2009년 단 한 번밖에 친정에 가보지 못했다. 친정에 대한 그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옥천군에서 지원하는 다문화가족 대상 고국방문지원사업이 있지만 신청자격이 안돼 더 안타깝다. 한국국적 취득자가 지원대상인데, 1살 터울로 자녀 세명을 잇따라 임신·출산·양육하고 고된 농사일을 하느라 국적취득 인터뷰에서 번번이 떨어져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빠듯한 가정형편에 6명의 대식구를 끌고 필리핀 친정에 가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목말라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물 한 모금은 그 어느 것보다 값지고 고맙게 생각될 것이다. 이들 이주여성들이 받은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은 훗날 더 큰 의미로 환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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