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청주대 총동문회와 교수회, 학생회에서 총장직을 사퇴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요즘, 김윤배 총장은 억울해 할지도 모른다. 비록 교육부로 부터 올해 처음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긴 했지만 지난 14년간 총장을 맡으면서 외형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끈 장본인이 누구인가. 중년의 동문이 모교를 방문한다면 캠퍼스가 얼마나 팽창했는지 실감할 것이다. 학창시절 휴강이 있을때 옛 청주상고 운동장 한켠에서 족구를 했던 그들에겐 상전벽해다. 율량지구 인근 4천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체육관은 청주대 발전을 상징한다. 학생수는 1만2천851명으로 늘었다. 연간등록금은 786만원으로 전국대학 평균을 훨씬 상회하긴 하지만 정교수 연봉은 1억1천500만원으로 국내 정상급이다. 더구나 학교적립금은 2천928억원으로 지방대중 1위라고 하지 않는가.

학교는 커졌고 재정은 튼튼해졌다. 이 정도면 그도 할말 있을 것이다. '총장사퇴는 씨알도 안먹힐 얘기'라고 속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이 시점에서 '재도약을 위한 교육환경 혁신·발전 방안'을 내놓을리 없다. 사퇴는 커녕 총장실에 앉아 청주대의 미래를 구상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뜻대로 될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총장으로 있는한 청주대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금 그가 곤경에 처해있는 것은 대학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단 대학뿐 아니다. 기업도 내실을 추구하기 보다 외형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은 '부실의 징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가 총장으로 있으면서 청주대가 하위 15%에 해당된다는 부실대학의 낙인이 찍힌 것은 말없는 다수의 '동문'들 마음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청주대는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지 않을수도 있었다. 정원을 감축하면 1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청주대의 경우 480명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 대학 입장에선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과 등록금 감소 등이 우려되는 정원감축보다 재정지원제한을 택했다.

기자는 청주대가 학교경영의 실패로 재정지원제한대학 리스트에 오른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면 차라리 이번이 대학을 수술할 수 있는 호기였다고 본다. 청주대의 슬림화는 시간문제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직면한 상황이다. 학령인구와 대학진학률 감소 때문이다. 일본처럼 파산하는 대학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부실대학이 되기 싫으면 정원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는 2023년까지 총 16만명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10년전 일본엔 '젠뉴시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젠뉴'란 전부가 입학한다는 뜻이다. 대입 예정자의 수가 대학정원보다 적어진 것이다. 대학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시 504개 사립대중 138개가 적자였다. 당연히 간판을 내리는 대학이 속출했다. 직장을 잃은 교수가 쏟아지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일본정부는 파산대비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정도였다.

우리나라 대학사회도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 입학정원을 못채우는 대학이 80개가 넘는다. 고교졸업생이 대학입학정원 58만명보다 5만2천여명 적어지는 2018년쯤에는 많은 대학에 비상등이 켜질 것이다. 대학진학률도 줄고 있다. 2013년 고졸 대비 대학진학률은 70.7%였다. 교육정책의 변화를 감안하면 고졸취업률은 해마다 늘어날 것이다.

대학은 기로에 서있다. 특히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지방사립대의 운명은 풍전등화다. 백화점식 학과운영과 정원유지는 오래 못간다. 탄탄한 대학도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현대중공업 재단이 소유한 울산대는 자발적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 시행 중인 대표적 케이스다. 이 대학의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정원 1만2천명을 7천500명으로 감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학교의 외형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내실을 기해 소수정예의 명문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진정 청주대를 살리려면 선택은 뻔하다. 총장직을 내놓거나 일부 학교구성원들에게 돌을 맞더라도 멀리 갈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했다. 대신 그는 미봉책을 내놓았다. 자리를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설사 혁신발전방안에 진정성이 있다 한들, 지난 14년간 능력부재와 주위의 신뢰를 상실해 총장으로서 동력을 잃었다.

언젠가는 청주대도 그의 손을 떠난다. 그는 그때 무엇을 남길것인가. 수천억원의 적립금이 의미없이 쌓이는 동안 대학은 부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학을 남길 것인가, 지금 자리를 보존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많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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