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학, 소설집 '파과' 출간 … 학교현장서 느낀 부조리·청소년기 성장통 담아

지역문단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소설집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소설가 전영학의 '파과'(破瓜, 도서출판 고두미).

충북대학교 국어교육과 1학년 시절 영남대학교 신문문학상에 '신(神)의 신호등'으로 당선됐고, 이후 잇단 수상을 통해 견고하면서도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으며 일찌감치 문재(文才)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이순을 넘겨 소설집을 펴냈다.

단편 9편과 중편 1편을 담은 이번 소설집에는 그의 삶을 따라 다니며 그의 의식을 지배해온 신(神), 학교, 소설이라는 화두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담겨있다.

'까치중학교'는 학교장의 그릇된 욕망과 토호세력의 텃새로 인한 갈등과 소통의 관계를, '안개꽃 동산'은 사춘기 시골소년의 성적 호기심과 방황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밤꽃'과 '뜨락에 쌓이는 뭉게구름'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나'와 그 주변에 있는 여인들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또 다른 작품 '충주성에서'와 '산성일기'는 신구의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개화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파과(破瓜). 좀 어려운 제목이죠? 파과는 파과지년(破瓜之年)의 준말로 여자 나이 16세와 남자 나이 64세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구요, 오이꽃이 떨어지는 나이를 가리킵니다. 오이는 유일하게 열매가 다 자란뒤에야 비로소 꽃이 떨어집니다.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담은 소설이기에 이 제목을 버릴 수가 없더라구요."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그는 황간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황간고, 충주여고 교장을 역임하고 현재 청주 중앙여자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39년 간의 현장에서 교사로, 교장이라는 관리자로 근무한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다.

30대 중반까지는 밤을 새우며 글쓰기를 병행했지만, 교단에 있으면서 맞닥뜨린 시간부족과 지구력을 요하는 소설이기에 소설집 출간은 늦어졌지만, 매일 밤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문장 훈련시간'을 고수하며 작품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이러한 '자신만의 단련 시간'이 만들어 낸 탄탄한 문장력을 만날 수 있다.

"청년시절에 소설을 목숨 걸고 쓰자며 의기투합한 4명이 있었어요. 소설동인 '사행'이었죠. 저는 교직생활을 하다보니 전근 등으로 자연히 그들과 멀어졌고, 50이 넘어 접한 그들의 소식은 비참과 처참, 그 자체였어요. 교직생활을 하며 시간이 없다고 저를 합리화한 시간들이 얼마나 큰 사치이며 미안한 투정인가를 깨닫고 저를 많이 반성하고 자책했지요."

그때부터 다시 치열하게 소설을 썼고, 이번 소설집에 '나름 진지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황홀하게 몰입한' 치열함이 배인 50대 이후의 소설 10편을 골라 담았다.

내년 2월 오랜 교직생활을 정리하는 그는 이후 본격적인 소설을 쓸 계획이다. 현재 120년전 충주성 의병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의병대장 유인석과 그의 신복 김백선 선봉장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을 5천매 정도 써 놓았는데, 이를 '읽히는 소설'로 연구해 내놓을 생각이다.

"오랜 시간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좋은 글과 현실적인 삶을 공유하려고 노력했고, 제천여고 문학반 창단 등 기억에 남는 보람된 일도 많습니다. 이젠 차분히 저를 돌아보며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신앙 안에서 온유하고 그러면서 정의로운 삶을 지내려고 합니다. 그 이후엔 제 숙명과도 같은 소설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가장 저다운 길이라 여기면서 말입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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