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고려침경 - 영추'

충북예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현직교사 정진명씨가 고려의 침술경전인 '고려침경-영추'(학민사)를 쉬운 우리말로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원전 번역본들이 일반인들이 읽기에 너무 단어가 난해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은데 반해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이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동양의학에 관한 책들이 전문가들의 정보공유 용도로 발간되다 보니 일반인들이 공유하기엔 한계가 있더라구요. 제가 국문학을 전공했고, 침뜸에 관한 공부도 한터라 침뜸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말글이 장벽이 되어선 안되겠다고 생각에 이번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지난 2008년 교사 연수로 처음 침뜸을 접한 정 교사는 연수 직후 그 내용을 구수한 입담으로 쉽게 재구성한 입문서 '우리 침뜸 이야기'를 펴냈으며, 침뜸의 구성원리를 쉽게 풀이한 '우리 침뜸의 원리와 응용'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 교사는 "2천년 전 진한시대 의학서인 '황제내경'은 이름이 거창하고, 송, 명, 청나라를 거치며 주역을 결부시켜 다소 어렵게 내려왔던 것이지, 사실 몸에 관한 소박한 정보를 짧게 짧게 모아놓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황제내경'은 '소문'과 '영추'로 나누어져 있는데, '소문'은 진한시대 의학을 집대성한 중국의 의학책이고, '영추'는 고려의 침경을 담은 우리 의학서다. 서로 묶일 수 없는 내용이 하나로 묶여져 내려오다가 10여 년 전에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정 교사는 '황제내경' 중 고려침술 '영추'를 완전히 재편성해 모두 4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즉 우주, 사람, 침술, 잡병이 그것이다.

한문을 몰라도 원래의 문장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용어부터 문장 구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어로 옮긴 이번 책은 의학의 고전이 쉽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건을 만들었으며, 우리나라야 말로 침뜸의 종주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동네에 침놓는 할아버지들이 한 두명 계셔서 급한 병을 다스려주셨잖아요. 이게 바로 고려침경이 조선사회의 작은 마을까지 백성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우리에게 익숙한 말들로 옮겼습니다."

지난해 3월 책을 구상하고 여름방학때 몰입해 한달 반만에 번역을 완성했다는 그는 고려침술 '영추'가 침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피해 갈 수 없는 기본 서적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빨리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서양의학이 나날이 발전하는 데도 난치병이 늘고 새로운 병이 나타나는 오늘날, 우리 몸의 구조와 기본적인 기의 흐름을 담고 있는 동양의학에 그 대안이 있다고 믿으며, 누구나 생활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살피고 실천 할 수 있는 침뜸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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