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김 재 식

곤지암으로 떠나는 중부고속도로의 하늘은 즈런즈런한 하늘이었고, 물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진천 농다리는 내가 타고 있는 승용차 옆으로 나란히 서있었다.

차창 밖의 푸른 가을하늘, 힘차게 흐르는 시냇물 그리고 농다리의 여유로움에서 천년의 시간이 멈추고 이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천년을 스스로 지켜온 농다리의 고단함속에 묻어있는 대견함이 읽혀진다.

지방유형문화재이기도한 농다리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이기도하다. 묵직한 돌무게 만큼이나 가볍지 않은 긴 시간을 담은 대견한 모습이 믿음직한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천년을 한순간에 담을 수 있었다는 건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 많아서 일 것이다. 천년간 각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안고 옛날을 오늘로, 오늘을 내일로 이어지게 하는 행복과 희망이 농다리에 가득했고, 천년의 시간 동안 깎여지고 다듬어진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람들을 다독이며,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있는 농다리의 모습 속에서 잔잔히 오랜 전통의 미덕을 누리게 하는 혜택이 감사할 뿐이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문화의 힘이 끊임없이 후대로 이어지며, 많은 시간들 사이로 지나간다. 문화의 아름다운 가치와 옛것과 새 것의 조화로움이 문화의 힘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어느새 곤지암I.C 이정표가 보인다. 곤지암에 도착한 후 지인 내외분과 한식으로 밥을 먹었는데,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입맛에 맞는 식사 또한 풍요로운 가을 안에 있으니 마음의 감사가 넘쳤다.

식사를 마친 후 곤지암 도자공원을 찾았다. 진사 도자기, 백자도자기와 다양한 도자기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통가마도 볼 수 있었는데, 전통가마의 정겨움은 땀방울 가득한 도예가의 정성과 인내가 클로즈업 된다. 도자공원 안에 잘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걷기를 시작하자 가곡과 클래식이 산책로 주변으로 잔잔히 퍼져 가을날의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외유내강의 가을은 본래 강인함의 의지를 간직한 채 긴장을 내려놓으며, 자기의 것들을 떨어트리며 다시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계절이 농다리의 강인함 그리고 흙의 부드러움과 교차된다. 여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분주히 가을이 흐른다.

요즈음 더욱 더 계절의 변화와 반듯한 질서의 흐름을 실감하며, 그러한 질서에 동화된 나와 마주하게 된다. 낮엔 가을바람이 만드는 가을소리, 너풀 거리며 떨어지는 가을낙엽, 가을 밤 하늘엔 빛나는 별들에게서 천체에 나타난 계절의 변화로 시간과 철을 구분하며 살았던 옛 사람들의 시간감각 안에서 항성의 변치않음, 행성 속에서 반사된 순수한 빛, 위성의 궤도이탈 없는 성실함이 지금 나의 시간 속으로 들어와 공감하기를 배운다.

가을날 다니엘처럼 외유내강의 삶으로 승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을에 스며있는 만감들, 가을이 가져다주는 갖가지 초연함들은 정확하게 우주를 운행하시며, 관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려보게 한다.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다가오는 계절을 준비하며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려본다.

"맑은 하늘의 맑음 속에 내가 있고, 내 마음에 비쳐진 하늘에는 창조주 하나님의 하늘이 있어 드넓은 마음과 가득한 맑음이 아름다움이 되고 아름다움은 별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만들어 그 마음속에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로 가을의 마음을 넘치케 하소서." / 저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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