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대형 참사가 터졌다. 지난 17일 저녁 경기도 성남의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공연 도중 인근 지하 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붕괴돼, 그 위에 서 있던 관람객들이 4층 높이의 18.7m 아래로 추락, 1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환풍구를 덮고 있던 격자 형태의 철망이 사람들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참변이 발생한 것이다.

올 2월 경주 리조트 지붕 붕괴 사건 이후 두달여 만에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친지 불과 6개월 만에 또 어이없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가 나자 인터넷상에서는 '리조트에서, 달리던 배에서, 이젠 환풍구까지∼' 도대체 한국에서 안전한 곳이 어디냐는 비아냥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번 환풍구 덮개 붕괴 사건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많은 외신들도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외신들은 "한국의 안전 문제는 느슨한 규정, 법규위반에 대한 가벼운 처벌, 안전 문제 경시, 경제 성장 우선주의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판교 공연장 사고는 다중이 몰리는 공연장 시설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참사다. 관람객들이 환풍구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주최 측은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한 탓이다. 공연도중 사회자가 한 차례 환풍구 붕괴 위험을 경고했다고 한다. 공연장에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있었으나 관객들의 환풍구 진입을 제지하지 못했다. 환풍구 안에 낙하를 막아주는 보호물도 설치돼 있지 않아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나자 정흥원 국무총리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사고현장을 잘 분석하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라며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대형사고가 터질때마다 야단법석을 떨며 사고 수습을 하는 정부의 모습은 한결같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다. 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지만, 사고 날 때 말로만 떠들고, 대책도 없이 시간이 지나면 곧 잊혀지고 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월호 사태 이후 각종 시설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시설물 안전 상태를 확인할 정부의 안전점점이 부실한 것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윤덕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전점검시 정밀안전진단 용역이 정부 규정을 위반하고 상식에 맞지 않는 낮은 금액으로 발주되는 바람에 전문인력이 적절하게 투입되지 못하고 장비사용이나 실험도 부실하게 진행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 주변에 사고는 환풍구가 있는 야외공연장 말고도 지하철, 도로, 공공시설물 등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늘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이날 사고는 한국이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안전에 대한 교훈을 전혀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의 외침 또 공염불이 된 셈이다.

이제 우리는 후진국형 참사를 막기위한 치열한 노력을 해야한다. 더불어 우리 스스로 안전불감증에 젖어 있지나 않은지 냉정하게 따져봐야한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안전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인재로 인한 참사는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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