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기찬 사회부

산수 문제를 풀어보자. '195-192= 플러스 3'이다. '195-269= 마이너스 74'다 누구나 손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에 산술적인 계산을 떠나 '안전'을 더해보자.

'195=승선 정원, 192와 269=승선 인원', 그럼 문제는 이렇다. '195-192+안전=?'와 '195-269+안전=?'. 정답은 무엇일까.

선뜻 답하기 곤란하다. 앞은 '플러스 3 안전' 내지는 '안전 플러스 3', 뒤는 '마이너스 74 안전' 또는 '안전 마이너스 74' 정도면 맞을 것 같다.

10월 19일 충주호 유람선을 탔던 '장회나루'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셈법)이다. 그곳은 정원을 초과한 승선이 이뤄진다는 제보가 있었던 곳이다.

설마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단양군 단성면 장회나루에서 승선 정원이 195명인 '구담호'를 1시간 여 동안 탔다.

기자는 장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초과 승선은 물론이고 없다시피 한 승무원의 안전관리 그리고 음주와 흡연 등 무절제한 관광객, '안전불감증' 그 자체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것에 대한 '충주호 유람선㈜' 직원의 설명(해명)과 안전을 생각하는 그 태도였다.

세 명의 기자가 복수로 서너 번에 걸쳐 확인한 승선 인원은 269명(초과 74명)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착장에서 3~4명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당신들이 셈한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등 우선 발뺌이다.

승선확인서의 확인을 요구하자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걸고 또 어딘가로 허겁지겁 무전을 한다. 우리 모르게 은밀한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것일까. 시간 끌기다.

직원의 설명과 함께 확인한 승선확인서는 완벽했다. 승객 191명과 승무원 3명을 포함해 승선 인원은 정확히 194명, 정원에 1명이 모자란 딱 맞춤이다.

하지만 흠이 있었다. 기자들이 탔던 시간대(오후 3시 40분~4시 40분)의 승객확인서 모둠만이 다른 것들과 달리 스템플러를 다시 찍은 흔적이 있었다.

스템플러를 다시 찍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설명처럼 정리가 잘 못돼 다시 찍었던 것일까.

시간을 돌려 표를 끊을 당시로 가보자. 기자들은 정원 195명의 '구담호'의 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직원은 정원 77명의 '노들호'를 발권했다.

그러고는 슬쩍 볼펜으로 두 줄을 긋고 '구담호'를 쓴다. 시스템적으로 한 배의 정원을 초과한 발권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기자의 셈법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그들의 셈법은 정말 답이 없었다.

24일이면 '충주호 유람선 화재'가 난지 20년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안전의식은 아직도 '마이너스 74'에 머물고 있다. / dotor0110@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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