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이어진 충북도의회 여야 갈등을 풀어줄 매개체로 보였던 '교섭단체 조례안'이 다음 달 정례회 테이블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꺼졌던 여야 갈등이 불씨가 되살아나고 여당 안에서도 분란이 발생하는 이른바 '여여 갈등'마저 빚어지고 있다.

도의회는 24일 오전 335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운영위원회(위원장 박한범)가 올린 '충청북도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하려 했다.

하지만, 앞서 운영위는 난상토론 끝에 이 조례안을 다음 달 12일 개회하는 336회 정례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해 조례안은 본회의에 상정하지도 않았다.

'독소조항'이 많아 손을 봐야 한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견이 운영위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조례안이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서 다뤄지지 않게 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반발했고 조례안 내용을 놓고 새누리당 의원들마저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오전 11시 개회한 본회의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정회하고 장시간 속개하지 않는 소동이 빚어졌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교섭단체 조례를 335회 임시회 회기 안에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갈등을 풀고 대화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조례가 발효되면 앞으로 의장단(의장 1명·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단(의회운영위·정책복지위·행정문화위·산업경제위·건설소방위·교육위) 9개 자리를 다수당이 독식하는 일은 사라진다.

상임위원과 상임위원장을 교섭단체(5명 이상) 소속 의원 수의 비율을 고려해 배정하도록 규정해놨기 때문이다. 소수당인 새정치연합이 총 31석 중 10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의회직을 단 한자리도 얻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조례가 의회를 통과하고 의회가 원내 교섭단체 시스템을 만들면 의회 안에는 의장단과 양당의 원내대표가 '사전 협의·조율'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협의체가 만들어진다.

교섭단체 시스템이 정착하면 가장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은 양당 원내대표의 힘이 막강해진다는 점이다.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의 테이블에 앉아 자리를 배분하고 의정비, 행동강령 등 의회 내부의 틀을 만드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당 안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원내대표의 힘은 막강해지는 대신에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점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24일 운영위원회 간담회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 김학철(충주1) 의원은 "양당의 원내대표에게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배분하는 권한을 주는 것은 독소조항"이라며 "이런 독소조항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본회의에 넘겨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이미 '10월 임시회' 때 처리하자고 합의했으니 본회의에 상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김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그런 권한을 누가 원내대표에게 위임해줬냐"고 공박했다.

회기를 하루 연장하고 원포인트 임시회를 다시 열어 재의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당 의원 전체가 이를 수용할리 없어 여당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이른바 '자정(自淨) 조례'로 불리는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 역시 다음 달 정례회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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