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카톡으로 돈 보내줘", 앞으로 이런 얘기를 많이 들을지도 모르겠다. 돈을 받는 사람은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 있다. 또, 지갑에 카드는 커녕 현금 한 푼 없이 하루 종일 돈을 쓰고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버스도 타고, 음식을 사 먹기도 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도대체 현금도 필요 없고, 카드도 필요 없고, 은행계좌도 알 필요 없는 세상에 산다면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金融)은 무엇을 해야 하지?

금융(金融)에서 금(金)은 쇠다. 옛날에는 쇠로 돈을 만들었는데, 그게 없어진지는 한참 되었다. 쇠 대신에 종이돈(지폐)이 생기고, 플라스틱 카드가 생기고, 급기야는 실체가 없는 사이버머니가 생겼다. 돈이라는 개념만 있지 실체가 없어져가고 있다. 금융(金融)의 융(融)은 서로 간에 융합하는 거다. '거래를 한다'고 보아도 된다. 이것은 주로 허가 맡은 금융기관에서 취급했는데, 이제는 꼭 그러라는 법이 없다. 거래에 관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회사들이 더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ICT회사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금융에 진출하려고 난리다. 새로운 좋은 먹거리다. 금융기관들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편리하게 거래하게 해 줄 테니 딴 생각하지 말라고.

오래 전부터 금융기관의 경쟁상대는 ICT회사라고 했다. 처음에는 실감나지 않았다. ICT회사들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는 조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이 되었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거래(Transaction)와 관련된 부분은 더 빠르게 ICT회사들이 점령하고 있다. 만약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긴다면 말이 은행이지 ICT회사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어쩔 수 없이 별 관계없던 두 산업은 서로의 영토를 갉아먹으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또, 일정 부분 융합도 해야 되는 시점이다. 기득권자들은 새로운 싸움에 심기가 불편하다. 전체 파이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융합을 하면 알지 못했던 새로운 먹거리나 일감이 탄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컴퓨터와 전화기가 결합된 핸드폰이 생기면 제조회사들만 좋을 줄 알았는데, 그 주변기기 회사들이 얼마나 많이 생겼나. 변화는 위기만 주는 것이 아니고 함께 기회도 준다. 기회를 향유하는 사람은 추세를 잘 알고 먼저 준비를 잘 한 사람들이다. 어떤 부류는 기회가 오는 지도 모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대부분은 기존 산업만 예찬하고 시대가 변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이다. 스펜서 존슨의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게으른 인간처럼.

어느 산업이나 자기가 속해 있는 산업 안에서 해답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그만큼 세상이 복잡해지고, 빨리 변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은 더 정교하고 높아지고 있다. 자기가 속한 업(業)을 재정의하고 빨리 변신해 다른 것과 협력해야 된다는 것은 오래되고 당연한 얘기가 되었다. 이렇게 해야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는 없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실행에 옮겨야 된다. 일본 후지필름이 필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과감히 바이오회사로 변신해 성공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다.

혹자는 융복합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일정 부분 맞는 얘기다. 융복합은 아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따른다. 예를 들어 ICT회사가 금융을 하면 보안이나 개인정보보호가 가장 문제될 수 있는데, 기존과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해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곳에 답이 있다. 초기에 시행착오나 불편은 있겠지만 이것 때문에 대세가 사라지지 않는다. 고유 영역을 뛰어넘어 다른 영역과 융합하는 것은 자연스런 변화와 발전의 과정이다. 금융과 ICT의 만남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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