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속죄양(贖罪羊) 또는 희생양(犧牲羊)을 들어보았는가? 바로 이 것 때문이다. 고대 유대인들이 죄를 없앨 때 대신 양을 허허 벌판으로 내●았다. 심지어 인간들은 속죄를 위한다며 양의 목을 따 피를 내 뿌리는 일도 많았다. 동양에서는 신을 위한 제물로 쓰였다. 현재는 남의 죄를 대신 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쓰이고 있다.
다 좋은데, 문제는 이 '속죄양'의 원말 'Scapegoat'의 번역에 있다. 'goat'는 염소다. 그러나 왜 '양(sheep)'으로 번역됐는가? 또 미(未)에 왜 양(羊)이 배정됐는가? 이 두 가지 의문이 풀리면 양들의 반란도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원래 '未'에 배정된 동물은 '염소'였다. 고대 중국에는 털과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면양(綿羊)은 없었지만 산양(山羊)이 있었다. 십이지가 만들어질 때 이 산양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면양은 '양'이고, 산양은 '염소'다. 십이지에서 '양'은 '면양'이 아닌 '산양' 즉 '염소'이니 '未'는 '염소 띠'다. 허나 '양 띠'인 것은 면양과 산양을 혼동해 모두 '양'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이전 만해도 '염소 띠'와 '양 띠'가 혼용됐다 한다. 속죄양(Scapegoat). 'Scape(달아나다. 탈출하다)'와 'Goat(염소)'로 구성된 단어다. 그렇다면 '속죄양'이 아닌 '속죄염소'라 해야 옳지 않을까? 오역이란 말인가? 아니다. 애초 '未'의 대응 동물은 양이 아닌 염소였지만 언제부턴가 '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속죄양'이 맞다.
헌데 서양에선 속죄하는 동물로 왜 하필 'goat(염소)가 얻어걸렸을까? 기원전 534년 이후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매년 디오뉘소스(포도의 신) 제전때 4편의 드라마가 상연됐다. 이 중 3편이 비극. '신과 인간의 결합 또는 죄로부터 탈피'를 위해 신에게 염소를 제물로 바칠 때 부르던 노래다. 그래서 비극은 그리스어로 'Tragoidia(Tragos 염소, aoidia 노래)'로 '염소의 노래'다. 또한 제전 때 디오뉘소스 신에게 합창서정시를 헌정했는데 이 역시 'Tragikos choros(염소들의 합창)'이라 불렀다. 여기서 'Scapegoat'가 탄생했다 한다.
어찌 됐건 양들은 슬프다. 재수가 정말 더럽게 없다. 인간의 죄를 뒤 짚어 써야하는 불명예를 늘 달고 다니니까. 양들은 외친다. "우리는 착하고(善) 아름답고(美), 의롭고(義), 상서롭고(祥), 희생하는(犧) 동물이다. 누구에게 피해를 준적이 없다" "속죄양에서 '양'을 빼고 '염소'로 대체하라" "단 지금까지 희생을 감수해왔으니 십이지에서 '양'은 그대로 둬라"
십이지는 중국 동한 때 시간을 기록하는데 사용되다 재미와 편의목적으로 시간대에 12 동물이 배정됐다. 십이지와 동물과의 관계는 큰 의미가 없다. '양'은 오후 1~3시 까지로, 양들이 풀을 뜯으며 자주 오줌을 쌀 때이다.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에서도 띠를 따진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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