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송문용 천안주재 부장

군기가 문란하고 전투력이 형편없는 군대를 흔히 '당나라 군대' 라고 부른다. 중국 역대 왕조 가운데 가장 개방적이며 국제적인 제국으로 평가받는 당나라(618-907년)는 군사력 또한 당시 세계 최강이었다. 하지만 재물을 주고 지휘관 자리를 사고 파는 매관매직이 성행하면서 군기는 문란해지고 서서히 오합지졸로 전락해 갔다.

당시 당나라에서는 변방을 지키는 최고 사령관인 절도사 자리도 돈만 있으면 살 수가 있었다고 한다. 당나라군대는 이렇게 하루하루 타락해갔고 천년 왕국을 꿈꾸던 당나라는 매관매직의 정점인 절도사들이 난립하며 나라를 어지럽힌 끝에 안록산의 난을 분기점으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300년이 못돼 망하고 만다.

돈이나 재물을 받고 벼슬을 팔고 사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은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행했다. 이는 나라가 부패해지는 지름길이었다.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면 나라도 패망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충청도 OO군에 재직했던 매관매직으로 유명했던 A 군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워낙 은밀한 거래라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5급 승진자는 3천만원, 6급 승진자는 1천만원, 심지어 말단급 공무원의 7급 승진때에도 5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고향이 싫다며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시효가 지난 지금 '그때 그시절' 이야기를 공무원들이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지난 15일 오전 천안시청 간부회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구본영 시장은 간부 공무원들에게 호된 질책을 가했다.

구 시장은 "며칠전 용곡동 내 집에 돈을 싸들고 찾아온 모 공무원이 있었다"며 "그는 이번 정기인사때 진급을 요구하며 청탁을 하려다 아직도 매관매직을 생각하느냐며 호된 꾸지람을 듣고 물러간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구 시장은 이어 간부 공무원들에게 "내 전직이 국무총리실 사정담당관이었던 것을 모르는 직원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며 "간부 공무원들이 밑에 직원들 교육을 더욱 철저히 시켜서 천안시 공무원이 청렴한 공무원의 표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사건은 평소 매관매직 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던 구 시장의 날 선 모습을 주변에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이번 인사는 첫 출항한 구본영호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만큼 청렴결백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구 시장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 smy@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