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재민 천안주재

지난 18일 천안시의회 주일원 건설도시위원장(새누리당)이 천안시 전병욱 부시장에게 황당한(?) 사과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주 위원장은 공보관실 예산 계수조정에 앞서 공보관 책임자인 부시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전 부시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 부시장은 출석요구의 사유가 분명하지 않고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에 불응했으나 주 위원장의 거듭된 요구에 출석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의회에 출석한 전 부시장에게 "전날 의회에 출석을 하지 않아 대단히 불쾌했다"며 "시의회는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시민의 요구에 불응한 부시장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부시장은 "이번 출석 요구는 절차에 맞지 않았고 법적 절차를 따른 요구였다면 출석했을 것"이라며 "사과를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방의회운영 업무편람에 따르면 시의회 상임위원장은 공무원의 출석을 원할 경우 출석요구 공무원 및 일자를 기재한 공문을 의장에게 발송하고 의장은 공문으로 이 사실을 단체장에게 이송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예결위원장의 전 부시장 출석요구는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지 않은데다 예결위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구두로 이뤄졌다.

주 위원장의 사과 요구에 대해 시의회 담당 전문위원이 이 같은 회의 규칙을 설명했지만 주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부시장에게 거듭 사과를 요구하는 권위적 행동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배석했던 한 공무원은 "초선도 아닌 재선의원이 의회 운영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억지 주장을 펼치며 권위적 자세로 기본 룰을 지킨 전 부시장을 압박해 억지 사과를 받아내는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지적했다.

마치 사춘기 청소년처럼 기본적인 규칙을 무시한 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마냥 억지를 부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도 속칭 '빽'으로 내세우고 시의원이라는 완장만을 과시하는 행태로 적반하장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의회는 행정기관을 바로 보고 견제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시의원은 시민들의 소중한 표로 선출된 시민들을 대표하는 자리다.

시의원들은 시민들이 투표로 힘을 실어준 것은 권위주의를 높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올바른 자세로 견제와 균형의 소임을 다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mean0067@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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