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평] 이종수 시인·흥덕문화의집 관장
아주 오래 전에 강수욕장이 있던 신탄진을 오가던 버스 생각이 난다. 여름철이라 지금의 만원버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었는데, 거기에 사람을 더 태우는 방법이 있었더랬다. 조금씩 뒤로 밀착해달라는 기사의 요구에 사람들이 응하지 않자 기사는 버스를 느닷없이 출발시켰다가 급정거를 했고, 사람들이 주유소 앞 바람풍선마냥 쏠리는 사이 빈 공간에다 사람들을 태우던. 그것도 모자라 뒤쪽에 있는 창문을 열어 태우기도 하던, 지금이야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든 태우고 한 번에 가려면 그런 일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기사가 그날처럼 그 기술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지만 모기만한 소리로 '거, 좀 들어갑시다' 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만다.
속으로 긴 호흡을 하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본다. 다닥다닥 붙은 좌석 두 줄 사이로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려면 조금은 욕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가방이 걸리적거리고 어깨와 엉덩이가 부딪치는 일이라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역시 사람들은 내리는 문을 경계로 앞쪽에 쏠려 있다. 몇 번의 실랑이를 벌이며 내리는 문을 넘어서면 뒤쪽은 그나마 널널하다. 용케도 맨 뒷자리에서도 가운데나 창 안쪽의 빈자리를 만날 수도 있다. 두툼한 외투와 가방만으로도 좁은 좌석 사이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꽉 찬다. 그런 북새통에서도 두 손을 뽑아들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부동자세로 멀뚱하게 앉아 옆의 기척만 보면 열심히 카톡을 하는 모양이 꼭 손뜨개질을 하는 것만 같다. 두 손의 엄지와 검지만을 부지런히 움직여 간단한 문장을 주고받는 것이 목도리 하나쯤은 금방 뜨고 말 것만 같다.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이 궁금한지 어디를 지나고 어디서 내릴 것인지, 밥은 먹었는지 따위를 매듭으로 서로에게 가상의 목도리를 짜주는 것이거니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앞 사람들의 귀로 흘러들어가는 노래를 가늠해 본다. 저마다 다른 출근길, 일터에서의 하루가 잘 풀리기만을 바는 것도 벌써 직장에 도착해 까다로운 상사와 맞대면하고 있을 아내의 하루 또한 만원버스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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