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2015년을 주도할 소비트렌드는 무엇일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 시대 최고의 트렌드는 바로 '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소위 트렌드는 핫한 키워드가 됐다. 많은 트렌드 연구소들이 등장했고, 기업에서도 트렌드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많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이미 수요보다 공급이 더 커져버린 레드오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잠재된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고, 또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게 될 행동 특성, 즉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에 더욱 절대적인 것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트렌드와 유사한 개념으로 '유행(fashion)'을 사용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유행과 트렌드는 차이가 있다. 트렌드를 트렌드로 인정해 주기 위해서는 세가지 중요한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많은 동시대인이, 둘째, 공통적으로 유사한 인식과 행동특성을 보여야 하며, 셋째, 이는 상당히 오랜 기간 유지돼야 한다. 특히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사하게 공통적인 특성이 발견될 때 우리는 이를 메가트렌드라 한다. 소비 분야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보통 1년 이상 이러한 특성들이 유지돼야 하며, 몇 개월 또는 한 두 시즌에 국한된 특성은 보통 트렌드보다는 '유행'이라고 이야기한다. 트렌드가 유행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감각적인 취향과 모방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무언가 의미 있는 영향요인으로서 가치(value)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고, 수많은 거시경제적 변화들 속에서 어떻게 개인이 영향 받고 또 반응하게 될지를 이해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트렌드를 뛰어넘어 보다 영속적으로 유지, 계승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이는 문화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행동양식 자체를 변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트렌드를 관통해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원동력에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철학과 가치가 담겨있다 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다음 해의 소비트렌드를 예측함에 있어 '복고 트렌드'는 단골로 소개되는 키워드가 됐다. 2012년에 케이블에서 방영돼 대히트를 했던 '응답하라 1997'에 이어 2013년에는 '응답하라 1994'가 전작을 뛰어넘는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2014 연말 미디어는 '무한도전-토토가'로 뜨거웠다. 90년대 전설적인 가수들을 다시 방송으로 불러들였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장 핫한 품목들만 엄선해서 판매한다는 소셜커머스에서는 '옛날 과자'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시간이 멈춘 듯한 좁은 골몰길들이 새로운 쿨 플레이스로 트렌드세터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복고가 주는 가장 큰 가치는 '향수', '그리움'이다. 현재가 힘들수록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을 그리워하게 된다. 늘 우리는 입버릇처럼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아왔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그때가 좋았다는 마음, 그것을 현실에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주는 것이 복고다. 최근 열띤 반응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미생'은 20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공통으로 경험하는 힘겨운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줬다. 약자들의 억눌렸던 삶에 대한 분노가 분출되고 있다. 기업에게 윤리경영을 요구하고, 비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은 성숙한 소비자운동의 하나로서, 소비자들의 윤리의식이 향상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복고는 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아 왔다. 보다 중요한 건 '언제'로의 복고이냐이다. 2015년 소비자들은 언제를 2015년 지금으로 불러오고 싶어할까? 오늘의 소비자가 느끼는 힘겨움과 결핍이 바로 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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