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몸이여, 덧없이 흘러

오늘 여기에 이르렀구나.

육중한 신음 소리를 끄며

떠나는 기자의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한갓진 역사와 함께 오도카니 서서

잠깐 쓸쓸하였다.

덜컹덜컹 흔들리며 달려온 일상에서 놓여난 듯

세월의 눈을 속이고 해찰을 떠는 아이처럼

장난기가 일었으나 이내 쓸쓸하였다.

철로 옆 수줍게 고개 숙인 나리꽃같이

역무원은 말없이 할일을 마친 기차표를 거두었다.

이젠 아무도 그 짧은 삶의 기록을 눈여겨보지 않을 테니

낡은 몸이여, 한 생애의 끝은 대개 저러하구나.

기차는 갔던 길을 되짚어 올 터인데,

오래지 않아 누군가의 자리가 빈 것을 알아채고

굳이 돌아와 젖은 몸을 데려갈 터인데

이 세상에 올 때는 한 줄기 소나기처럼 왁자하였으나

물길이 거듭 거듭 급하다는 세여울, 삼탄에서는

흘러가는 곳을 짐작할 수가 없어

한참 쓸쓸하였다.

약력

▶충북 보은 출생

▶1992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붉은 눈 가족', '검은 밥에 관한 고백'



▲강석범 作 '소망,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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