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시원했다. 지난 1월 20일에 있었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듣는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잘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서만도 아닐 것이다. 미국적인 보여주기만도 아닐 것이다. 대중을 시원하게 하는 것은 결코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의 말이 진실이어야 하고 미래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였을 때, 또 그것이 대중의 호응을 받는 것일 때 가능하다.

필자만 그런가 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 반응을 보니, 대체로 좋은 평가가 많았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올랐다. 물론, 백프로 지지를 받는 일도 없고, 그런 연설도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과반을 넘어 많은 사람이 동감하는 일이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러간 미국 의회는, 이미 오바마 대통령 편의 의원이 적다. 지난해에 있었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며, 반대당인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으로선 연설하기조차 꺼림칙하다. 적진으로 들어가는 것과 진배없다. 당연히 위축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찬사를 받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자신에 차 있어서다. 반대자가 많은 것에 구애되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기를 힘 있게 말했다. 다수를 차지한 반대자들은 전혀 굴하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에,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당황했을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선거에 패배한 수장이, 임기 종반에 접어든 대통령이, 비전을 제시하면 얼마나 제시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선거가 없기 때문에 역으로 더 강하게 소신을 말하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도대체 오바마 대통령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나. 그것은 바로 재임 초반에 닥친 2008년 금융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나 홀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경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연설 초기에 한 마디로 '미국 경제에 위기의 그림자가 지나갔다'라고 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향후 15년 또는 수십 년 간 누구를 살려야 할지'라고 의문을 제시하며, 그 대답으로 과감히 중산층 경제를 살려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중산층 경제를 살리는 재원은 상위 1% 부자들에 대한 증세에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전 세계 부는 상위 1%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그 정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절대 다수의 빈곤과 중산층의 붕괴가 명확해진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좌표를 제시한 것이다.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이런 좌표 설정은 미국이기에 가능하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은, 날로 심해지는 극심한 디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혀, 통화 풀기에 여념이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하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가장 큰 화두는 디플레이션 문제였다. 미국만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이제 자유로워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가 강해지고 경제가 선순환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느 나라나 국정을 이끌면서 최근 가장 큰 화두는 경제다. 더군다나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지속하며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현재 시점에서, 경제 문제는 더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경제에 대한 언급을 18번이나 하며, 가장 역점을 두어 말했다.

필자에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부쩍 더 울림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연설을 잘 하고 젊은 패기를 보여주는 외양적인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인이 이뤄낸 위기 극복과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쉽이 부럽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을 견주어보게 되어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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