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의 흐름에 있어서 측면은 포기할 수 없는 공간이다. 내주는 팀은 패하고 지배하는 팀은 승리한다.

얼마전 프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마이크를 움켜 쥔 박경훈(52) SBS해설위원은 한국과 호주의 아시안컵 결승전을 앞두고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위원은 지난 시즌까지 프로축구 K리그 제주유나이티드의 사령탑으로 있다가 최근 해설가로 변신했다.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박경훈 위원은 29일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한국과 호주의 결승전은 결국은 누가 측면을 지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원에서의 미드필더 싸움도 관전 포인트이지만 이 역시 측면으로 볼을 뿌려주기 위한 사전작업에 불과하다"면서 "결승전은 측면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최근 세계축구의 전술적 트렌드는 4-2-3-1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팀들이 포백 라인 앞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둬 수비를 두껍게 쌓는 포메이션을 구사하고 있다.

공수 밸런스를 위해 중앙에서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양 날개 자원을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대오를 갖추고 촘촘하게 들어선 중앙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측면 공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박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숫자가 많은 중앙을 뚫어 내려면 개인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며 "윙포워드가 측면을 끊임없이 흔들어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패턴 플레이를 활용해 빈 공간을 파고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고전했던 이유 중 한 가지가 측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걸출한 윙어 손흥민을 보유하고도 중앙에 머물게 한 시간이 많아 상대 압박에 고전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손흥민은 측면에서 상대를 더욱 흔들어 줘야 한다. 손흥민의 역할을 오히려 사이드백인 김진수가 하고 있다"면서 "벌려주고 좁혀 들어가며 때리는 슈팅이 손흥민의 장기인데 제대로 발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김진수를 향한 관심어린 시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포지션이 바로 사이드백이다. 중앙 수비를 두껍게 하기 때문에 이를 파괴하려면 사이드백의 오버래핑이 필수"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진수를 발견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김진수의 나이가 이제 23살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27살까지는 계속 성장한다. 이번 아시안컵을 바탕으로 경기흐름을 읽는 데에 눈까지 떴다. 경험을 더 쌓는다면 러시아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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