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최동일 교육·제2사회부장 겸 부국장

'하늘의 제왕' 독수리는 동물로서는 놀라운 수명인 70년이나 사는데 이를 위해 40살쯤에 뼈를 깎는 자기고통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너무 깊이 굽어져버려 못쓰게 된 부리와 발톱을 스스로 깨어버리는 고통스러운 변신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야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이 돋아나고, 이렇게 자기 변화를 이룬 독수리는 새 삶을 살지만 고통이 두려워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면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생활속에서 변화의 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고통과 저항을 이겨내자는데 요긴하게 쓰이는, 꽤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얼마전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직원 월례회의에서 언급했다. '교육의 가치와 방향, 지식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세 변화를 촉구하면서 꺼낸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교육감은 지난 12월부터 이미 수차례에 걸쳐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2년차를 맞는 김 교육감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김 교육감이 언급한 대로 시대의 요구에 따른 변화는 꼭 필요한 것이다. 변화에 뒤처지면 더 이상 먹이 사냥을 할 수 없는 독수리가 되고 만다. 다만 어떤 조직이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부의 공감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를 위한 소통, 그것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균형있는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생사가 걸려있는 독수리의 절박함을 공유해야만 '변화의 주문'이 힘을 얻는 것이다. 소통에 대해 많은 고사성어 중에 균형을 갖춘 소통의 중요성을 설명한 '겸청즉명(兼聽則明) 편신즉암(偏信則暗)'이라는 옛말이 있다. '여러방면의 말을 두루 들으면 현명한 것이고, 한쪽으로 치우쳐 듣게 되면 우매한 것이다'라는 뜻이다. 엊그제 본보 '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난에 실린 내용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을 경계하는 이 말을 김 교육감은 새겨 들었으면 한다.

전교조와의 단체교섭 내용은 그렇다하더라도 김 교육감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혁신학교 성공을 위해 지난달 다녀온 유럽방문은 치우침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씻기 위해서라도 입장을 같이 하는 이들로만 방문단을 꾸민 것은 부적절했다. 유성종 전 교육감이 취임식 축사에서 밝혔듯이 측근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먼저 김 교육감을 놓아주어야 한다. 주변을 넓혀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충북교육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김 교육감부터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솔선(率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김병우호(號)의 순항을 위해 누군가는 닻줄을 당겨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변화가 시작된다.

마침 김 교육감은 변화를 강조한 독수리 얘기에 앞서 교육재정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면서 잿빛 겨울을 이겨낸 '보리'를 언급했다. "우리 교육이 처한 상황이 보릿고개에 비견할 만하다"며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자는 것이었다.

보리는 오랜기간 우리 민족의 중요한 식량자원이었으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가난의 상징으로 취급되면서 우리 밥상에서 급격하게 사라졌던 작물이다. 하지만 불과 20여년만에 영양가, 다양한 기능으로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 식품으로, 식량자급 작목으로, 수입사료를 대체할 조사료로, 겨울바람에 땅을 지키는 푸르름으로 보리는 거듭나고 있다. 괄시와 천대의 고난을 겪고나서야 그 진가를 인정받는 셈이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거나,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서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리'에게 했던 우(愚)를 범하지 말기를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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