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박익규 세종·오송주재 부국장

지난 주말 반가운 중국 친구의 방문이 아쉽게 연기됐다. 중국 동포사회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 발전을 돕기위해 조선족 공무원, 교수, 의사, 사업가들로 구성된 '후대 사랑과 사회봉사를 실천하는 모임'(이하 후사모) 이경호 회장의 방문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충북 진천에서 개최한 제1회 이상설 선생 수학캠프에 참가한 중국 조선족 학생들의 인솔자였다.

그는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패에 담아 진천군수와 독지가에게 전달하려했으나 부득이 한달 정도 연기가 불가피하다며 아쉬움을 전해왔다.

당시 수학캠프에서 이들을 2박3일간 안내하고 동행취재한 기자로서도 그의 방문 연기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지난해 7월28∼29일 우석대 진천캠퍼스에서 열린 이상설 선생 숭모 수학캠프에는 중국 연길시 조선족 학생 둘을 포함해 충북의 중학생 85명이 참가했다. 수학문제와 이상설 선생에 대한 퀴즈를 물어보는 도전 골든벨에서 우승을 차지한 방예경 학생과 거문고 연주로 중국 연길 TV에도 수차례 출연한 주윤희 학생의 앳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행기를 처음 타본다는 이들은 모든 것이 신기하다며 한국이 좋다고 했다. 피자, 치킨도 맛있고 무엇보다 깨끗해서 좋다고 했다. 이상설 선생 기념관과 강연을 통해 한국 역사를 배우고, 체험위주의 수학캠프도 좋았지만 한국 친구들과 밤을 새다시피 수다를 떨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한국과 중국의 가장 다른 점은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걸음걸이가 되게 빨라요. 중국 사람들은 거리를 구경하고, 산보하는 것처럼 느릿느릿한데…. 앞으로 저도 무엇을 하더라도 빨리빨리 효율을 높이고 성과를 내야겠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지만 뜻밖의 대답이었다. 한국 첫 방문에서 얻은 이들의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지금도 실행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여하튼 후사모 학생들은 이틀밤을 진천에서 묵은 뒤 청주공항을 통해 중국 연길로 돌아갔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게다가 2017년은 충북 진천 출신 보재 이상설 선생이 돌아가신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진천군은 2017년 이상설 선생 순국 100주기를 맞아 선생의 다양한 숭모사업을 구상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수학캠프였다. 사실 독립운동가로서 선생에 대한 연구도 미흡한 실정이지만 동서양 학문을 통달한 대학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족적은 거의 묻혀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진천읍 산척리에 선생의 기념관과 숭렬사 사당이 있지만 진천군민과 학생들에게조차 선생은 잊혀지고 있다.

지난해 수학캠프는 선생이 우리나라 근대 첫 수학교재인 '산술신서'를 저술해 '근대수학교육의 아버지'라 불린데 연유한다.

반면 중국의 조선족 학생들은 대부분 선생을 기억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 첫 근대학교인 서전서숙을 세운 분으로 교과서에 수록되어서다.

지난해 진천군의회는 보재 이상설 선생의 중국내 발자취를 답사하려는 학생들의 역사기행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유인즉 기념비만 남아있는 중국 용정의 서전서숙 옛터와 이상설 선생 기념관 방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올해 4월22일 숭렬사 사당에서 열리는 98주기 추모식에서 어찌 머리를 조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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