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여진 충주경찰서 중앙탑파출소

인천과 부천 어린이집 등 전국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어린이 학대 사건이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서둘러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인 협의와 공론화과정은 생략한 채 보육 현장에 대한 통제와 처벌 위주 대책으로 아동학대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린이집에서는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부랴부랴 후속 조치와 정책을 쏟아내고 보육교직원은 인터넷 언론의 뭇매를 맞아 하루아침에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 찍힌다. 당연히 자존감과 자긍심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영유아기는 인간 발달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시기로 어린이집은 제 2의 가정이며 보육교사는 제2의 어머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로 엄마의 무릎학교가 사라진 이 시대에 영유아기 아이들을 바람직한 전인적 인격체로 키워내는 보육교사 업무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교사 자신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보호받는 아이들도 존중 받을 수 있다.

아동학대의 원인 중 하나는 교사의 업무 과잉으로 인한 환경구조적인 스트레스 등 열악한 보육교사 근무환경과 처우, 사회적 양육자로서 부모 책임 부재, 보육교사의 자격증 관리제도의 허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마주하는 아이와 원장을 포함한 보육교사, 그리고 학부모 간의 신뢰관계는 사회가 지켜줘야 한다. 아직은 표현이 서투르고 신체변화가 심한 성장가의 아이들은 보육의 손길을 기꺼이 따뜻하게 받아야 하고 보육시설 종사자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고, 그래서 학부모는 믿을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려면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어린이집 및 유치원은 학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장치를 둬야 한다.

바로 '또 다른 부모의 눈' CCTV이다. 선진국에서는 등·하원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다. 출입이 자유로우니 자연스럽게 부모들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을 살피고 교사와 매일 소통하는 것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여야 한다.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모를 위한 수단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같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나서 '모든 아이'를 '모두의 아이'로 키워야 하는 영유아 아동의 권리와 철학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CCTV설치 의무화는 보육 현장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사실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집 내부에 CCTV를 반드시 설치하자는 법안은 2013년에 발의됐지만 보육교사의 인권과 비용부담 등 시설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됐다.

CCTV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91%가 찬성하거나 영유아 자녀를 둔 가구 중 74.2%가 공감하고 있어 도입을 놓고 찬반이 갈리는 것은 안타깝다.

더욱이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는 측도 반대보다는 보완을 요구하고, 보육교사 처우와 근무조건 향상 등 종합적 대책을 촉구하고 있어 큰 걸림돌이 아니다.

안타까운 사연이 번번이 발생하고 난 뒤, 이러한 제도와 법이 되풀이 식으로 사후에 마련되고 가혹한 처벌을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사회의 매서운 잣대로 갈라놓은 채 한 사람의 인생을 여론심판과 함께 생매장시키는데 쏟는 관심을 거둬야 한다.

이제는 사전예방을 위해 보육시설에 보내는 '또다른 부모의 눈'을 보육 환경 개선의 첫걸음이라 여기고 부디 안전한 사회 출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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