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1-0석패…29일 대구서 3-4위전

아쉽지만 최선을 다한 한 판이었다.
동구의 강호 폴란드를 완파하며 출발선을 나선 뒤 그칠 줄 모르고 4강까지 질주해 온 `태극호'' 급행열차의 엔진은 종착역 요코하마를 눈 앞에 두고 박동을 멈추고 말았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국 축구의 신화 창조는 결국 에너지 고갈로 피날레를 맞이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은 3-4위 결정전을 남겨두고 있고 4천700만 국민은 붉은 머플러와 태극기를 나부끼며 태극 전사들의 마지막 승리를 기원할 것이다.
강호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한 한국 대표팀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준결승에서 `전차군단'' 독일마저 뛰어넘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끝내 체력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0-1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오는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터키전 패자와 3위 자리를 다투게 됐다.
미하엘 발라크의 골로 월드컵 통산 7번째 결승에 오른 독일은 30일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이 경기 승자와 맞붙어 통산 4회 우승에 도전한다.
16강전과 준준결승을 연거푸 연장 승부로 치르고 스페인전 뒤 불과 이틀의 휴식기간을 가진 한국 대표팀에게 정상적인 체력을 기대하는 것을 애당초 무리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소진된 체력을 감안해 차두리, 이천수를 선발 투입하고 16강전 이후 비교적 출장시간이 적었던 황선홍을 안정환 대신 처음부터 뛰게했으나 11명 전사들의 움직임은 둔했다.
하지만 한국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은 전반 8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차두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모서리로 살짝 찔러준 볼을 이천수가 논스톱으로 오른발 터닝 슛, 골문을 위협했지만 몸을 날린 올리버 칸의 손 끝에 걸렸다.
또 17분에는 역시 차두리의 패스를 받은 박지성이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왼발 슛을 날렸으나 칸 정면으로 날아갔다.
박지성의 슈팅이 무산된 데 관중들이 탄성을 지르는 사이 수비가 잠시 한 눈을 파는 틈을 타 올리버 노이빌레가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맞아 오른발을 날려 뜨끔했으나 이운재가 막아냈다.
전반을 득점없이 비긴 한국은 후반 초반 상대의 거센 공세에 계속 밀리다 후반 26분 좋은 찬스를 만들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이천수가 수비보다 수적 우위를 잡은 상황에서 문전으로 파고들었고 그 때 오른쪽에서 무방비로 대기중이던 안정환이 패스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패스하는 대신 중앙 돌파를 고집하다 파울을 유도, 프리킥을 얻어냈지만 아쉬운 장면이었다.
한국은 4분 뒤 김태영의 패스가 끊기면서 올리버 노이빌레에게 오른쪽 돌파로 역습을 허용, 위기를 맞았고 결국 노이빌레의 패스를 받은 미하엘 발라크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발라크의 첫번째 오른발 슈팅을 이운재가 잘 막았지만 왼발로 날린 리바운드 슛까지 막아내기는 무리였다.
독일의 첫 번째 골.
이후 히딩크 감독은 수비 홍명보 대신 설기현을 투입하며 이탈리아전에서 성공했던 `융단 공격''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올리버 칸을 뚫기에는 힘이 달렸다.
후반 인저리타임인 47분 설기현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찔러준 패스가 아크 왼쪽에 대기하고 있던 박지성에게 걸렸지만 지친 박지성의 오른발 슈팅은 골문을 크게 빗나갔다.
한편 브라질과 터키는 26일 오후 8시30분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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