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예퇴직하는 교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교권하락이 만연한데다 정부가 공무원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50대 중반의 대기업 퇴직자가 교사로 새인생에 도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에 발표된 올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중 최고령으로 오는 3월 1일 자로 교단에 다시 서는 전찬호(56)씨가 그 주인공이다. 교대를 졸업한 전 씨는 젊은시절 6년간 서울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개인 사정으로 교단을 떠나 KAIST에 진학하고 대기업체에서 20년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하지만 5년전 다시 교편을 잡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업체의 정년이 짧은데다 다시 교단에 서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IT와 과학 분야"라며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씨의 사례는 우리사회 또는 교육계가 당면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사 명퇴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전문성이 있고 경륜이 풍부한 중장년층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과 이른 정년으로 기업에서 밀려난 고급인력이 '반퇴시대'에 자신의 노력에 따라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밝힌 올해 명퇴 신청자는 1만2591명이다. 특히 지난해는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명퇴 신청이 증가한 근본적인 이유는 갈수록 교사의 권위가 떨어지고 학생 지도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말 낸 보고서에서 "2014년에 교원 명예퇴직 신청 인원이 급증한 것은 공무원연금제도 개편 추진 등 정부 정책과 큰 관련이 있으나, 2009년부터 신청 인원이 증가한 데에는 교권 하락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 학교 내의 문제와 연계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교사의 직업만족도도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엊그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가 중학교 교사 10만5천여 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이 20.1%를 차지해 OECD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다른 직업을 택하겠다'는 응답 비율도 한국은 36.6%로 3위였다. OECD 평균은 22.4%였다. 하지만 교직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가 있는 직업이다. 교사시험의 경쟁이 치열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보람도 크지만 정년도 길고 직업안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씨의 선택도 이 때문일 것이다.

비단 교직뿐만 아니다. 50대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줄 수 나눠줄 수 있는 일자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수없이 많은 직장인이 구조조정의 쓰나미에 휩쓸려 방황하고 있다. 자영업자로 변신했다가 실패해 노후를 빈곤하게 지내는 사례는 허다하다. 정부가 일을 원하는 중년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는것도 필요하지만 전씨처럼 스스로 도전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보람과 일'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중년의 도전정신은 '반퇴시대'엔 꼭 필요한 덕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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