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시중 우송대 C-MBA 대학원장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예절에 관련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본다. 배가 파선해 단 한사람을 빼고 모두 사망했다. 유일한 생존자는 구사일생으로 무인도에 도착했고 구출될 날을 기다리며 나무열매도 따먹고 풀도 뜯어 먹도 물고기도 잡아먹고 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혼자 지내다 보니 무료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서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고함도 지르고 춤도 추고 세상에 버려진 미아가 돼버렸으니 쓸쓸하고 막막하고 오죽했을까?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또 다른 난파선의 유일한 생존자가 그 섬에 도착했다. 대화상대가 나타나 외로움은 덜했겠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제는 혼자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함부로 뒹굴고 하던 행동을 삼가야 하는 일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나타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공기관·식당·호텔·백화점·은행 등에 들러서 상대방과 대화하며 기분 좋게 느낀 경험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생활 속의 대화에서 주로 어떤 점이 우리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것인가?

만약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기분이 좋다고(나쁘다고) 느끼면 우리의 태도는 어떻게 되는가? 상대방에 대해서 협조적 또는 우호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업무가 끝나면 방문했던 곳의 대화상대자에 대한 인상을 쉽게 지워버리지 않고 계속 좋은 감정을 유지하게 되며, 계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대화의 중요성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회사 또는 직장에 대한 평가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때 우리는 주로 말을 대화의 수단으로 삼게 된다. 즉 대화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쌍방간, 혹은 다수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정확한 의사표현뿐만 아니라 상대의 입장이나 사고방식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과 몇 마디 말을 나누어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나 교양 등을 짐작할 수 있듯이 '말은 곧 인격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화의 상대가 누구든 간에 말씨를 올바르게 사용해 호감을 얻도록 하며, 성심성의껏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어표현에 관련된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는 언어표현에 관련된 것이다. 가령 말을 반 토막으로 하는 습성을 고쳐 완전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 등이다. "잠깐만요," "네?" 하는 따위의 표현은 그런 말을 쓰는 상황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의미를 생략한 표현이다. 경우에 따라 몹시 무례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많은 부실한 표현이다. 직장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이런 말을 쓴다는 것은 제대로 예를 갖추지 못한 모습이 된다. 고객은 바로 이런 말 하나하나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마치 무슨 명령이라고 내리듯 일방적으로 "잠깐만요" 하기보다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하는 것이 한결 부드럽고 양해의 뜻도 담겨 있어 좋다. 그냥 "네?"라고 따지기라도 하는듯한 말보다는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고 정중하고 완전하게 표현하는 습성이 필요하다.

이는 "알았어요."와 "네 잘 알겠습니다."에서 느껴지는 차이처럼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중하고 완전한 말을 습관화하면 그 말을 표현하는 사람 자신의 인격도 순화된다.

이심전심으로 '상대방이 내 속마음을 알아주겠거니' 하고 생각한 탓인지, 아니면 무엇인가 쑥스러운 구석이 있는지 여하튼 우리들에게는 요긴하게 필요한 곳에 말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말로 표현을 해서 상대방에게 이쪽의 생각을 전달한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기도 하다. 짧은 한 마디가 우리 생활에 신선한 자극과 윤활유의 구실을 한다는 점을 기억해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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