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귀성 청주 상당경찰서 경비교통과장

지난 9일 새벽 음주운전 사고 차량에 동승했던 30세 청년이 힘겨운 사투를 벌이다 사고 7시간 만에 결국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관내에서 올해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말경 4명이 탑승한 차량이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는 등 벌써 올해만 4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나왔다.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에 고개가 떨궈진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우리나라 음주운전 통계를 살펴보자. 최근 3년간(20111~2013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약 8만4천 건에 달하며 사망자는 약 2천300명, 부상자는 무려 15만명에 이른다. OECD회원국이라는 점이 무색할 만큼 부끄럽고 안타까운 수치이다. 청주상당경찰서 관내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작년 한해동안만 1천6건의 음주운전을 단속해 처벌했지만 141건의 음주 교통사고와 24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왜 이렇게 음주사고가 자주 발생할까. 가장 큰 원인은 음주운전을 심각한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않는 시민 의식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술에 대해 관대하다. 술에 의해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은 실수 쯤으로 받아들이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관대한 음주문화는 교통사고와 연결되지 않은 단순 음주 운전행위에 대해서는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게 한다. 대리운전이 보편화 되고 있음에도 '단속만 잘 피하면 된다, 설마 내가 걸리겠냐, 내 사전에 음주사고는 없어'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들이 많다.

하지만, 과연 음주운전이 그렇게 관대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경미범죄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음주운전이 가져오는 사회적 해악은 살인, 강도와 같은 흉악 범죄에 못지않게 매우 심각하다.

지난 9일 발생한 사고를 돌이켜보자. 너무나도 소중한 생명이 음주운전에 의해 희생되고 그 희생자의 가족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가슴에 지고 살아가야만 한다. 음주 운전은 본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 사람의 이기적인 충동이 소중한 가정을 파괴하고 부모 자식, 형제들과 직장 동료, 나아가 시민사회 전체까지도 헤어나 올 수 없는 고통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제 음주운전에 대한 시민 의식은 180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을 뿌리 뽑을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집단지성을 갖추었다고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음주운전에 대한 관대한 문화와 함께 순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몸에 베인 습성을 끊으려는 노력이 부족할 뿐이다. 이제는 시민 모두가 나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던져 버려야 한다.

음주운전은 살인예비이며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살인행위로 취급돼야 마땅하다. 주변에 음주운전을 시도하는 동료나 가족이 있다면 살인행위와 같이 취급하고 말려야 한다. 그리고 음주운전을 하려는 사람을 목격하거나 상습음주운전자가 주변에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살인행위를 보고 신고하지 않고 방관하는 시민이 어디 있겠는가. 음주운전도 마찬가지다. 본인도 술먹고 운전해서는 절대 안되지만 주위에서도 음주운전에 대해선 단호히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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