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최근 단행된 교육직 인사를 통해 '파격'을 보이면서 자신의 '컬러'를 분명히 드러냈다. 김 교육감은 진보 진영인사로는 처음으로 교육계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취임이후 선거법 위반혐의로 한동안 위기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나 지난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개인적으로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모두 털어냈다. 이제 본연의 위치에서 본격적으로 교육개혁의 시동을 걸 수 있게 된것이다.

이번 고위급 교육직 인사는 김교육감이 취임 8개월만에 자신의 교육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첫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연히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교육계에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우선 지난 9월 인사에 이어 도내 전체 지역교육장을 물갈이했으며 직속기관 8곳 중 4곳의 기관장을 교체했다.

또 이례적으로 본청내 과장 2명을 모두 지역교육청 과장(장학관)으로 채우는 등 5명이 처음으로 교장을 거치지 않은 채 주요 보직을 맡게됐다.

이와 함께 공모로 뽑은 보은자영고 교장에 청주농고 평교사를 임용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자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초등 출신이 청주교육지원청 교육장에 임명되고 단양교육장에 여성이 발탁되는 등 초등교사와 여성교사의 발탁이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초등출신을 중용해 사기를 올리고 전체 숫자에 비해 고위직 진출이 적었던 여성 몫을 확대한 것이다.

이번 인사실험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년퇴직, 명예퇴직 등이 있어 기관장급이 많이 바뀔 것이다. 만족하는 사람보다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행적인 인사를 혁파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준비했다는 얘기다. 또 이달초 월례조회에서는 "교육의 가치와 방향, 지식은 고정된 게 아니다"라며 "(직원들은) 시대와 상황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말이다. 교육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 교육제도도 학생과 학부형이 쫓아가기 힘들만큼 끊임없이 바뀌는 마당에 충북교육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와 방향이 좌편향적으로 흐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 교육감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새롭게 신설한 혁신기획팀 팀장(지방직 4급)에 전교조출신 교사를 임명했다. 핵심공약인 '행복씨앗학교(혁신학교)'와 공약 사업이 어떻게 추진될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일부 교육계 인사뿐만 아니라 일선교사들 사이에선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나친 진보적인 이념과 전교조가 주축이 된 '그들만의 교육'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증폭되고 있다. 어떤 조직도 발전과정에서 변화와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 교육감이 당선된 것도 충북교육이 개혁돼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선 됐다고 해서 무작정 지지를 받는것이 아니라는 것은 현 정권의 사례가 보여준다.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김병우식 교육개혁이 안착하려면 우선 1만5천여명에 달하는 교원들과 소통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나홀로 뛰는 개혁은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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