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 겸 부국장

정치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조건 가운데 중요한 것이 사람을 제대로 볼줄 아는 혜안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주변에 포진돼 있는 인물들에 대한 옥석을 가리는 일이야 말로 정치적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선거직 자치단체장들이 탄생하게 되면서 그로 인한 폐단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중에는 자치단체장의 주변에서 선거를 지원했던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리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일부 주변인들이 당선된 자치단체장을 등에 업고 마치 자신이 권력을 잡은 양 행동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거에서 자신의 공을 내세워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기도 하고 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각종 사업에 손을 대기도 한다. 이들이 흔히 말하는 '선거브로커'들이지만 공무원들은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자치단체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충주에서 전·현직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L모(52)씨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사업의 업체선정 과정에 개입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이 들통나 쇠고랑을 찬 사건이다. L 씨는 충주에서 특정 종목 체육단체장을 역임했고 현재 모 중학교 총동문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직함과 역할을 내세워 표가 절실한 후보자들에게 접근한 뒤, 각종 선거 때마다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치러진 6·4지방선거에서도 자신이 조길형 충주시장의 특보라고 사칭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선거가 끝난 뒤에도 자신의 입으로 조 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공무원들에게 각종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스런 일은 사전에 L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조길형 시장이 의도적으로 L씨의 접근을 막고 배제했다는 것이다. 조 시장은 오히려 L씨에 대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일벌백계하도록 조치했다. 선거직인 조 시장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자치단체장들은 이런 사람들에 대해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 가까이 하자니 문제 발생이 우려되고 멀리 하자니 오히려 적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자치단체장들은 측근들의 비리를 알면서도 모른체 하면서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번 조 시장의 결정은 주변 사람들의 일탈을 막기 위한 강한 경고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직접 법을 집행했던 경찰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많은 자치단체장들도 조 시장의 이번 판단에 대해 본받을 필요가 있다. 선거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청탁을 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선거브로커'에 불과하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 돕는 시늉만을 하는 것이다. 일부 선거꾼들의 안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길형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뒤 "오로지 시민들의 이익과 충주시의 발전만 바라보고 시정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최소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이번 조길형 시장의 혜안과 현명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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