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前 총리 부인 박영옥 여사 숙환으로 별세

朴 대통령 조화 보내 애도 … 김기춘 실장 등 조문

충청권 맹주를 자임하던 김종필 전 총리가 평생의 동지를 잃고 슬픔에 잠겼다.

김 전 총리의 부인 박영옥 씨가 21일 밤 숙환으로 별세한 것으로, 고인은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향년 86세.

경북 선산군에서 태어나 서울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모교인 구미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1951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개로 김 전 총리를 만나 결혼했다.

김 전 총리는 결혼 당시 '한번 단한번 단 한사람에게'(Once, only once and for one only)라는 영국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구절을 인용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셋째형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사촌 간이다. 양지회 회장과 한국여성테니스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63년 2월 25일 순회대사 자격으로 숙모이자 박 전 대통령의 아내인 육영수 여사와 동남아 구주여행길에 나서기도 했다. 2008년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오른쪽 팔 다리의 거동이 불편한 김 전 총리는 지난해 입원한 고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왔고, 앞서 고인도 쓰러진 남편의 건강 회복을 위해 정성과 사랑으로 간호와 내조를 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정진석 전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줬고, 고인을 문병했던 정 전 의원은 당시 언론 매체를 통해 "딸이 댁에 들어가시라고 해도 김 전 총리는 밤늦게까지 곁을 떠나지 않고 간병하더라"며 "두 분 사이가 원래 좋지만 김 전 총리가 지성으로 간호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진한 부부애를 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중앙정보부장과 6∼10대, 13∼16대 9선 국회의원, 국무총리를 지내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3김(金) 시대'의 한 축을 이루며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아온 김 전 총리를 위해 지난 64년간 그림자형 내조를 해왔다. 지난 15일은 김 전 총재와의 64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고인은 생전 "매스컴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내조했다고 자부한다"면서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부인 이본느 여사처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조할 작정"이라고 했고,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 요청에는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점수를 매긴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고인은 시중에 듣는 얘기나 정치현안을 남편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또 김 전 총재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면 남편을 대신해 지역구를 챙기기도 했다.

슬하에는 김예리(64) Dyna 회장과 김진(54) 운정장학회 이사장 등 1남1녀를 뒀다.

김 전 총리 측은 고인의 장례를 5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했다. 발인은 25일 오전 6시30분이다. (02)-3010-2230.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사촌언니인 고인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애도했고, 직접 문상을 갈지에 대해서도 내부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또한 이날 오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김 전 총리에게 "김 전 총리께서 몸이 불편하셔도 사모님은 강건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김 실장의 사의가 최근 수용된 것과 관련해 "외롭지 않게 가끔 보자"며 "비서실장은 외로운 자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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