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는 3월 11일 실시되는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점입가경이다. 전국적으로 '돈선거'가 횡행하고 있으며 선거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충청권도 예외가 아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조합원에게 돈을 건낸 입후보예정자들이 잇따라 검찰에 고발되고 있다. 혼탁·과열양상이 지방선거보다도 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충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체육행사에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입후보 예정자 등 5명을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수협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인 이들은 지난해 9월 27일 열린 면민체육대회에 참석, 면체육회와 12개 마을에 대한 찬조금 명목으로 140만원, 또는 50만원을 제공한 혐의다.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도 입후보 예정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대부분 조합원으로 구성된 마을 친목계의 단체 관광 찬조금을 제공했거나 현 조합장인 상대후보가 조합을 부실하게 운영했고,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일부 허위사실이 실린 인쇄물을 조합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진천 이월농협 현조합장은 지난해 8월 원로조합원 관광여행에 참여한 조합원 70여 명에게 178만원 상당의 음식물과 84만원 어치 멸치 선물세트를 제공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 때문에 농협 충북지역본부는 이월농협에 대해 신규 정책자금(무이자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농협은 매년 수십억원의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받아 농·축산물 유통과 미곡처리장, 농기계센터 운영 등에 사용해 왔다.

이같은 선거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농협조합장 선거는 '비리의 온상'이라고 불릴만큼 도를 넘었다. 금품수수에 대해 엄격한 법을 적용해도 조합원중에는 '돈봉투를 못받은 사람은 바보'라는 농담이 나올만큼 돈선거가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비리는 자칫 '패가망신'을 당할만큼 법의 잣대가 강력해졌다. 신고포상금이 최고 1억 원으로 올랐으며 금품 등을 받은 사람에게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돈선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농협조합장의 처우가 높고 권한도 크기 때문이다. 연봉만 7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 이상을 받는다. 조합 규모에 따라 조합장에게 유류대와 영농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별도로 지급하기도 한다. 또 판공비 성격의 교육지원사업비도 있다. 조합장이 사용하는 일종의 재량사업비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한다. 또 금융, 주유소, 하나로마트, 농기구수리센터, 비료농약판매장 등 인사권과 사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 선거보다 더 치열하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선거비리로 당선된 조합장이 조합을 제대로 이끌리 없다. 당선이후 또다른 비리를 낳을 가능성이 많다. 현 조합장의 권한남용으로 인해 조합이 부실해 지는 사례가 만만치않다. 이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공직선거처럼 예비후보제도를 도입해 철저한 사전교육과 후보설명회, 토론회 등을 실시하고 선거사범은 엄벌에 처하는 한편 과태료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엄하게 적용해야 한다. 또 농협중앙회는 고발된 지역농협에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각종 표창과 점포신설도 제한해야 한다.

법을 우습게 아는 풍토가 선거비리를 조장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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