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태억 청주상당경찰서 정보보안과장

1979년 1월 29일 약관의 나이로 경찰에 입문했는데 어느덧 37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 흘렀다. 37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찰나와 같다는 생각도 든다.

믿기지는 않지만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할 시기로 37년의 시간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일 수도 있다. 옛 사람들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하여 마무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버나드 쇼는 "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다소 익살스런 묘비명(墓碑銘)을 남겼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오역이긴 하지만 버나드 쇼의 분위기에는 일견 오역이 어울려 보인다.

그동안 경찰생활을 나름대로는 열심히 생활했다고 자부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물쭈물 하다가 벌써 정년을 맞이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정년을 맞는 해에 4년간 정보보안과장으로 근무하며 오랜시간 함께하던 동료들이 근무하는 흥덕경찰서를 떠나 상당경찰서 정보보안과장으로 와 있고 보니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더욱 많은 생각도 들게 했다.

하지만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것이 사람인지라 처음엔 낮설고 서먹하던 상당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이곳에서 정년을 맞이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젠 정감이 간다.

숲이 어우러져 시골스런 맛도 나는 목련로 끝자락에 아담하게 붙어있는 상당경찰서로 출근하는 아침마다 감사함을 느낀다. 확트인 전경도 좋고 부모산 자락으로 넘어가는 일몰과 노을도 장관이다. 아침마다 울려 퍼지는 새 우는 소리, 닭 우는 소리, 강아지 소리가 함께하고 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달려 출근하는 맛이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낭만이 있다. 가히 무릉도원으로 들어오는 기분 같다.

상당경찰서는 역사는 둘째로 치고 우선 작명이 좋지 않은가. 상당하다는 말의 의미도 좋고 상당산성이라는 역사 문화적 의미를 이어받은 것도 그렇고 이름부터 의미있고 친근하니 명실상부하게 청주의 핵심 경찰서답다. 이 좋은 곳에서 경찰생활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뜻 깊은 것은 이곳 상당경찰서를 짓는데 본인이 주춧돌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상당서는 처음 건립하는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설계비를 반납해야하는 상황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을 때 직접 현재 경찰서 부지를 찾아내서 부지 교환까지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한 경찰서이다. 그렇게 애틋하게 노력해서 지은 경찰서에서 근무하게 됐으니 출근하는 시간까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모르겠다.

흥덕서는 승용차로 3분이면 출근했으나 상당서는 새벽엔 20여 분, 밀릴때는 30-40분 걸려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불편하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니 그 시간이 내겐 유익한 시간이 됐고 일상에도 유익한 변화를 가져왔다.

나태해진 나를 부지런떨게 했고, 그날의 일을 정리하고 어제의 일들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됐으며, 기도와 함께 삶의 낭만을 맛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오늘도 경찰서 현관에 걸린 "주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희망의 상당경찰"이라는 글처럼 우리 상당경찰서가 최고의 경찰서로 치안 1번지로 역할을 하길 바라면서 상당경찰서 파이팅을 외치며 마음을 다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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