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어린 시절 무심코 들었던 칭찬이나 꾸중 한 마디에 울고 웃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꾹 눌러 찍어 주신 '참 잘했어요!' 도장에 어깨가 으쓱했고, 빨간색 색연필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주시는 날이면 동그라미를 따라 벅찬 기쁨이 가슴속에도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칭찬하면 고래가 춤추고, 곰도 나무에 오른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 주는 칭찬의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번의 칭찬으로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한다.

트머스 드라이어는 '현대 과학이 발견한 법칙에 의하면 칭찬을 받아서 자란 아이는 야단을 맞고서 자란 아이보다 어질고, 칭찬에는 언제나 능력을 키우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칭찬은 밥보다 중요하다. 자녀는 밥이 아니라 칭찬을 먹고 산다.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학교 보내 준다고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칭찬은 평생을 살아가는 마음의 보약이 된다.

칭찬과 격려처럼 어떤 이론과 방법보다도 그 효과가 확실한 교육방법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칭찬의 묘미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칭찬에는 왜 그리들 인색한지 모른다. 칭찬 한마디가 금이 간 상대의 정신적 상처를 아물게 하고, 마음속에 뭉친 응어리를 풀어주며 아이들의 비뚤어진 행동을 올곧게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언젠가 TV 대담 프로에서 사회자가 인기 여자아나운서에게 아나운서가 된 동기를 질문했더니, "꿈 많던 여고시절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일어서서 책을 읽으라고 하여 떨리는 가슴으로 읽었더니 다시 한 번 읽어 보라고 하시어 무엇을 잘못 읽어서 그러시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시 읽었더니 너는 이 다음에 아나운서하면 출세하겠다고 칭찬하신 그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아나운서가 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술회하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컸다. 미국의 한 저명한 외과의사에게 어떻게 해서 의사가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루기 곤란할 정도의 난폭한 문제아였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우연히 내 손을 만져보고, 네 손은 참으로 훌륭하고 민감해 보인다며 이 손으로 너는 값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순간 매일 꾸중과 질책만 들으며 살아오던 그에게 선생님의 이 한마디 칭찬의 말은 낭랑하게 울려오는 나팔소리와도 같았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그 선생님의 말씀대로 외과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곤경에 빠져있을 때마다 그 초등학교 선생님의 낭랑하신 말씀이 머릿속에 되살아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이것이 그가 외과의사가 된 동기요, 그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는 글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칭찬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어둠에서 빛으로, 좌절에서 희망으로 나아가 성취와 성공에 이르게 해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칭찬의 위대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하고 칭찬 받기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시급한 문제로 사랑 받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큰 축복이 있고, 칭찬 받는 사람보다 칭찬하는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이 온다는 심오한 이치를 깨우치지 못함에 있다고 본다. 칭찬은 현재의 기쁨도 되지만 미래의 저축도 되어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고 지지해 주는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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