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최동일 교육부장 겸 부국장

쌀쌀한 바람과 함께 새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요며칠 옷깃을 여미게 한다. 꽃샘추위와 함께 하면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행사로 각급 학교 입학식이 있다.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봄과 입학은 일맥상통한다. 새 출발의 의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출발에 앞서 지나간 일들을 매듭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입학식 전에 짬을 두고 졸업식을 갖는 데에도 이같은 이유가 한몫을 차지한다.

지난달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한창이던 때에 좀 색다른 졸업식을 한다는 청주시내 한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졸업식 안내장에 '비전선포식'이라는 순서가 먼저 눈길을 잡았다. '비전'이라는 단어는 내일, 미래, 꿈, 희망 등과 함께 쓰이면서 졸업보다는 입학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에앞서 졸업생 한명한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하면서 졸업생들이 미래 자신의 꿈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 소개되자 참석자 모두 '비전선포'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면 지나가는 말로, 또는 별다른 의미없이 커서 무엇이 되겠다, 무엇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고민 끝에 고른 미래와 꿈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게다. 더구나 수많은 고민의 결과물인 발표내용을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겨 30년뒤를 기약하며 작은 함에 담아 학교에 전달하는 '선포식'까지 열렸으니 준비도 그렇고 졸업생들의 부담 또한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이 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이 발표할 '비전', 즉 '꿈 찾기'의 내실을 높이기 위해 1학년 입학때부터 비전 프로젝트 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한다. 학생 개개인의 강점을 찾고 이를 계발해 비전을 갖게 하기 위해 자기이해를 시작으로 진로정보 탐색, 진로체험 등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으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잘 맞을 것 같은 진로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노력들이 실제 아이들의 꿈과 진로에 어느정도 도움을 줄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일찍부터 내일을 생각하는 자세는 격려를 받기에 충분하다.

미래를 꿈꾸지 않고는 발전하기 어렵고,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성취를 맛보기 어렵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고, 갈 길에 대해 모른 채 진로를 선택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초등학생들의 선택인만큼 판단이 잘못됐거나, 좋아하는 분야가 바뀌거나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는 등 변화의 가능성이 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당연한 이같은 일들 때문에 자신을 알고 진로를 찾는 일을 외면한다면 자신의 가능성과 꿈을 스스로 잡아매는 꼴이 된다.

졸업식을 마친 지금 우리의 대학가는 취업을 못해 몇년씩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넘쳐난다. 만연한 청년실업속에도 구직과 구인사이의 취업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미스매치'가 심화되면서 직업체계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대학은 적성과 학과보다 학교간판에 맞춰 무조건 가야하고, 직업은 '장래, 도전' 등의 가치는 뒤로 한채 오로지 안정적인 자리만 찾아 헤매는 청년들이 그 밑바닥에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잘 할 수 있는 일, 관심있는 분야, 미래에 대한 고민 한번 없이 학원 교습에만 매달리던 학생들의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고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진로교육에는 이처럼 개인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내일이 달려있다.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일찍부터 '나만의 나침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이끈 전임 강서초 박대섭 교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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