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뺑소니 가해자 첫 공판] 고요한 법정 울리던 그소리 수의입은 피고인 고개 떨궈 30분 남짓 재판에 큰 여운

3월 11일 오후 3시 30분 청주지법 제421호 법정. "아빠! 아빠! 아빠지?" 3~4살 정도 꼬마 여자아이의 작은 외침이 고요했던 법정을 가득 울린다.

짙은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교도관 4명과 법정에 들어서는 30대 중반 정도 남성을 보며 여자아이가 연신 '아빠'를 부른다.

엄마인 듯 아이를 안은 여성은 꼬마 여자아이의 물음에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아이를 달랜다.

고개를 숙이고 뚜벅뚜벅 걷던 남성이 '아빠'란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잠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 이내 '피고인석'이라 쓰인 자리를 찾아 다시 고개를 떨군다.

이어지는 청주지법 제22형사부(부장판사 문성관)의 공판을 알리는 말과 함께 인정신문이 이뤄진다.

남성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사는 곳,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서 물음에 빠짐없이 대답한다. 인정신문이 끝나자 법정은 잠시 고요함이 흐른다. 이어진 검사의 공소사실 제기.

"피고인 ○○○은 지난 1월 10일 오전 1시 30분께 … 중략 … ◇◇◇를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제기하고 자리에 앉자 남성의 변호인의 모두진술이 이뤄진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260%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이야기한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변호인 옆에 앉은 남성은 미동도 없이 담담히 고개만 떨구고 있다.

다시 방청석에서 들리는 남성을 향한 아이의 손짓과 "아빠"란 소리에 남성이 고개를 들어 여자아이를 한없이 바라본다. 아이를 향한 그의 눈은 금세 붉어졌고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 남성은 다시 고개를 떨궜다.

다시금 이어지는 재판. 증거채택과 증인신청 등 재판은 그리 길지 않았다. 30여 분 남짓.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으로 불리며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허모(37)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첫 공판은 그렇게 끝났다.

아이러니 하게도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인 '아빠'를 부르는 꼬마의 작은 외침의 여운이 법정을 가득 채운 듯 그렇게. / 엄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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