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박익규 세종·오송 주재 부국장

지난주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선경 이사장의 인터뷰 보도(3월2일자 10면) 이후 메일을 하나 받았다. "2015년에 50명을 충원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장비 가동률이 30%밖에 되지 않는데, 1년동안 50명을 뽑는다 쳐도 가동률이 10~20%밖에 올라가지 않네요.(중략) 더 충원하는 게 맞지 않나요?" 맞다. 연구인력을 더 충원하는 게 백번 맞다.

답답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이러하다. 예산에 맞춰 인력을 채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금 대한민국 첨복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송(대구)첨복단지의 4개 핵심·연구시설은 2013년 11월 준공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연차별 인력충원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78명, 올해 327명의 연구·행정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111명인 현재 인력은 올해 충원을 해도 연차계획의 절반인 15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절대적 인력부족은 장비 가동률로 직결된다. 1천억원을 들여 구축중인 오송 첨복단지 4개 센터의 첨단장비가 구식이 되거나 전시용으로 전락하는 불상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오송만이 아닌 대구첨복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가산업단지인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기로에 놓여있다. 외견상 첨복단지 운영비의 절반을 분담 요구받고 있는 지자체의 소극적 태도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첨복단지의 성격 논란부터 과연 정부가 성공의지가 있는지 회의감마저 든다.

첨복단지는 특별법까지 제정해가며 세계적인 의료연구개발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국내 의료산업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지정된 국가산업단지다. 핵심·연구지원시설인 4개 센터의 소관 부처 역시 각각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다.

그럼에도 국가사업을 국고보조사업으로 분류하고 지자체에 매칭으로 연간 150억∼200억원의 운영비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충북도가 첨복단지를 유치하면서 제안한 2천억원 가까운 예산을 이미 투입하고, 향후 전략기획본부 운영비 20억원과 연구개발비도 10억∼15억원을 지원하는 마당에 더욱 그렇다. 정부와 지자체간 분담비율을 비롯한 첨복단지 성공을 위한 협의를 촉구한다. 첨복단지는 전국의 네트워크화로 국내 의료산업의 글로벌화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동방문의 최대 성과로 보건의료산업의 해외진출을 꼽고 있다. 박 대통령은 중동순방 전 청주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보건의료산업의 메카로 오송첨복단지의 역할을 누누이 강조했다. 때마침 최근 국내 바이오의약의 선도기업인 셀트리온이 청주 오창에 새 둥지를 틀기도 했다. 허나 첨복단지의 현실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2009년 첨복단지 지정 이후 5년만에 정부의 관심과 예산지원, 의지 모두 퇴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조차 나오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금세 성과가 나지 않는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급함에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

첨단의료산업은 수익이 큰 만큼 실패도 많은 특성을 갖고 있다.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는 산업으로서 정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첨복재단은 스스로의 수익창출에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고, 예산부서인 기재부도 의료산업과 첨복단지에 대한 보다 충분한 이해가 요구된다. 정부와 지자체, 첨복재단이 머리를 맞대고 비정상인 첨복단지의 정상화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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