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5%로 OECD 1위다. 이는 OECD 평균 38%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대학졸업이 취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졸자보다 하락하는 게 문제다.

지난해 대졸 학력자의 실업률이 고졸자보다 높았다. 특히 대졸자의 3분의 1은 고졸보다 평균임금이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고졸 취업이 청년 고용 견인한다'는 보고서를 보면 청년 고졸자의 실업률은 2005년 9.1%에서 지난해에는 8.9%로 감소했지만, 청년 대졸자의 실업률은 6.2%에서 9.6%로 크게 높아졌다. 대졸자의 실업률이 고졸자보다 월등히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심각한 얘기다. 고등교육을 받고도 취업을 못해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더 낮은 임금을 받는것은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고용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청년 취업자 수는 2000년대 들어 처음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청년층 고용률도 40%대(40.7%)로 반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고졸자 취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청년 고졸자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5만7천명 증가했지만, 전문대졸 이상 취업자 수는 8천명 감소했다. 더구나 청년층에서 고졸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대졸자 비중은 23.8%에서 32.7%로 증가했다. 대졸자 3명 중 1명이 고졸보다 임금이 적은 셈이다.

이때문에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2005년에 13.3%까지 상승하다가 지난해 12.5%로 하락했다. 또 사실상 대학교육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95년 59만 명에서 지난해 18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현상은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대졸자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대졸자들이 늘어나는 반면 청년 고졸자의 고용이 늘고 질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률이 높은것은 구직, 기대소득, 사회적 인식, 결혼 등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교육비 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변화로 이같은 인식도 바꿔야 한다. 저부가가치 부문으로 청년 노동인구가 이동하면서 학력 미스매치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졸취업의 증가로 인해 일자리가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졸 취업 증가 흐름이 계속되도록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대학에 가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학력(學歷)보다는 학력(學力)에 적합한 직무 개발하고 일자리에 부합하는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제도를 갖추고 학력(學歷)중시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대학졸업이라는 간판이 취업과 높은 소득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학문적인 성과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대학진학도 필요하지만 고졸취업자들이 양질의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책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고졸자의 성공 사례를 적극 발굴해 경력개발 모델로 제시하고 先취업, 後진학제도를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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