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학교폭력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친구를 단순히 괴롭히거나 돈을 빼앗는 것은 이제 약과다. 고대 로마제국의 검투사를 흉내 낸 폭력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맞짱뜨기'보다 더 진화한 형태다. 둘 중의 하나가 죽을 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학교폭력은 과거와 달리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몇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걱정스러운 학교폭력의 진화

'카톡 폭력'은 일상화 된지 오래다. '카따'와 '떼카'가 대표적이다. 카따는 카카오톡과 왕따의 합성어로 카톡을 이용한 집단 따돌림이다. 학급 구성원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반톡에서 많이 발생한다. 반톡은 같은 반 학생들이 학급정보 등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떼카는 소집단 형태의 아이들이 특정한 학생을 그룹 채팅방으로 초대해 놓고 말 그대로 무리를 지어 욕설을 퍼붓는 폭력이다. 떼카 도중 피해 학생이 방을 빠져나가면 들어올 때까지 초대 메시지를 보내거나 일대일 채팅을 통해 욕설 메시지를 보낸다.

아이들 표현으로는 카카오톡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하여 '카톡 감옥'이라고 한다. 남학생들보다는 여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유행한다.

'셔틀폭력'도 있다. 특정한 아이를 지목하여 지속적으로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하인처럼 부리는 폭력이다. 학교매점 등지에서 빵을 사오도록 하는 빵셔틀, 숙제를 대신 시키는 숙제셔틀, 등하교시에 가방이나 소지품을 들고 다니게 하는 가방셔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점심시간에 이루어지는 식사셔틀도 있다. 식사 후 식사를 더 가져오게 하는 괴롭힘이다. 담배 심부름을 하는 담배셔틀, 체육복을 빌려다 주어야 하는 체육복셔틀, 음료수를 사다주어야 하는 음료수셔틀 등 셔틀폭력의 경우는 수없이 많다.

새로운 형태의 변종도 나타났다. 인터넷을 통해 산 제품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강매를 하거나 대신 변상하게 하는 경우다.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쿠폰이나 회사에서 부모들에게 지급하는 식사쿠폰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체육활동을 가장한 폭력도 등장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며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경기도중 특정 학생에게 공을 일부러 차 상해를 입히는 형태다. 축구의 경우 아이들은 이를 살인축구로 부른다. 교묘한 반칙을 통해 폭력이 아닌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폭력은 교사가 있어도 눈치를 채기가 어렵다. 모든 운동에서 이런 식의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모두가 하기 싫은 경기에 특정 학생을 강제로 출전시키는 경우다. 예컨대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을 달리기 선수로 내보내거나 체육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을 강제로 참여하게 만들어 이를 조롱하듯 즐기는 형태다. 학급대항 체육행사에서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피해자는 대표성을 가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단적으로 한 학생을 가해하는 경우다.

#전방위적 대처 필요

노예제도 폭력도 있다. 일면 셔틀폭력과 유사하지만 정도 면에서 셔틀폭력보다 훨씬 심한 것이 특징이다. 쉬는 시간마다 "야, 어깨 주물러" 하면 피해자는 기세에 눌려 어쩔 수없이 어깨를 주물러줄 수밖에 없다.

이런 폭력은 경우에 따라서는 매일, 매시간 계속된다. 날씨가 덥거나 체육활동을 하고 난 후에는 부채질까지 시킨다. 피해 학생은 반항 한 번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마치 노예가 주인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것과 같다.

힘의 논리에 의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는 말 그대로 노예관계가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보스 역할을 하거나, 공격적인 아이들에게서 이런 폭력성을 볼 수 있다.

학교폭력이 어디까지 진화할 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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