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작가' 박영대 화백 내달 3일까지 서울·청주 전시

'보리작가' 송계 박영대 화백(73)의 50년 작품세계를 다시 만나볼 수 있는 '보리, 생명의 소리'전시가 서울과 청주에서 잇따라 열린다.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관람객들과 만난다.

박영대 화백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리작가'다. 그는 보리를 소재로 평생 자신만의 화업을 일궈왔다. 그에게 푸른 보리밭은 생명의 약동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보리밭의 외형적 형태에 비중을 두었으며, 그 결과로 화면 가득 푸른 보리가 넘실거리는 청맥(靑麥·1973년)과 보릿고개시절 서민들의 양식이었던 황금색 벌판을 화면에 담은 황맥(黃麥·1976년)을 탄생시켰다.

그의 초기 작품인 청맥과 황맥은 지난 9일 열린 2015동아시아문화도시 개막행사인 '보릿고개를 넘어서 생명도시로' 공연무대의 배경으로 등장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2015동아시아문화도시 개막행사때 이어령 명예위원장의 아이디어로 내 청보리, 황보리 그림이 무대에 등장하게 되어 나 스스로도 큰 감동을 받았어요. 어찌보면 내 평생 가장 빛나고 가장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테마가 '보릿고개를 넘어 깨달음의 보리까지'. 박 화백은 이미 2개월 전에 윤범모 미술평론가가 쓴 평론이 마치 동아시아문화도시와 짜맞춘 것처럼 딱 들어맞었다며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기뻐했다.

"내가 보리를 그린지 50년이 됐어요. 2007년에 300페이지 분량의 화집을 만들었는데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기존작품들과 새로운 작품들을 넣어 다시 화집을 발간했어요. 그렇게 내 작품 세계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전시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120호 두 개의 화면에 그동안 박 화백에게 응원을 보내준 수백명의 방명록이 '순간의 만남, 영혼의 표정'이라는 제목으로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다.

박 화백의 보리는 청맥, 황맥을 이어 '맥파(麥波)'라는 제목으로 보리밭의 율동과 리듬을 담기도 했고,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형식을 거쳤다. 또 '율(律)과 생명시리즈'는 태극 문양이나 소용돌이 형태로 생명의 알에서 파생된 율동감을 강조했다. 그렇게 50년간 세월을 보내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온 보리가 이제 '깨달음의 경지'에 서 있다. '보리(菩提)'. 박 화백은 평생 자신이 몰입했던 보리는 결국 자신이 도달해야 할 깨달음의 세계였다고 말한다.

"보리(菩提)는 불교 최상의 이상인 깨달음의 지혜를 뜻하는 말입니다.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보리, 그것은 곧 깨달음의 다른 표현이에요. 보리(麥)가 보리(菩提)임을 새로운 작품으로 이야기할 계획입니다. 올해도 열심히 할 겁니다."

1942년 청주 출생인 박 화백은 홍익대학원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50여 회의 개인전과 국제전에 참여하며 73세의 고령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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