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호남고속철 개통 앞둔 오송역 24시

28일 오전 6시 13분 오송역.

서울에서 출발한 호남고속철도 하행선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이날 첫 열차다.

승강장에는 역무원 2명이 승객의 승하차를 안내하고 있다. 우리나라 철도문화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는 해도 혹여 승객들이 다른 열차를 잘못 타거나 대기안전선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승강장 바닥에는 승차할 열차의 호실 번호가 적혀있으나 아직 모르는 승객들도 더러 있다. 역무원들은 일일이 티켓을 확인한 뒤 탑승할 위치를 안내한다. 때론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장애인들의 승하차를 돕는 것도 안내원들의 업무중 하나다.

안모씨는 "공익요원 3명의 지원을 받아 6명이 안내업무를 맡고 있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는게 숙명이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2층의 매표소에는 매표원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전날 밤 12시30분까지 근무한 뒤 역내 숙소에서 4시간 잠을 잔 뒤 곧바로 매표소로 나왔다.

매표원 손모씨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첫 손님은 반가워요. 20년 가까이 근무했어도 첫 손님을 맞으면 아직도 설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젠 습관이 돼서 괜찮아요. 몇시간 후면 퇴근하니까 충분히 견딜만 하죠"라고 대수롭지않다는 표정이다.

오송역에는 역장(1), 부역장(1), 역무팀장(3), 역무원(21), 로컬관제원(6) 등 모두 3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맡은 일에 따라 제각각이나 기본적으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3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밤 12시23분 경부고속철 하행선을 보내면 안내와 매표 업무는 끝이 난다. 뒷정리를 하고 다음날 오전 5시 30분 근무 시작까지 야간 근무조는 4시간 정도 역내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오송역의 출입문이 잠기고 불이 꺼진다고 열차가 잠에 드는 것은 아니다. 여객선은 끊겨도 하루 60회 운행하는 충북선 화물열차는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24시간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곳이 로컬 관제실이다. 이 곳은 거미줄 처럼 얽힌 선로를 지나는 열차의 운행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식사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2인이 근무하며 식사시간에도 한 사람씩 돌아가며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도 눈은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관제원 김모씨는 "근무 시간 내내 긴장하지않을 수가 없어요. 아마 대다수 관제원들이 소화불량이나 위장병을 앓고 있지만 그래도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인 만큼 한눈 팔 틈이 없지요"라고 말했다.

철도역하면 대부분 승·하차가 전부로 생각하나 의외로 이들이 하는 일은 의외로 광범위하다. 경부·호남 고속철 분기역인 오송역은 역사 규모만으론 대전·충남지역본부에서 가장 크다. 역내 컨벤션센터와 웨딩홀 관리부터 크고 작은 역내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심지어 환불 안내와 분실물 처리까지도 이곳 일이다.

오송역의 하루는 분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보니 생각치못한 에피소드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과 오송을 출퇴근하는 허모씨는 그만 깜박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동대구역이었다. 안내원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오송역∼동대구역 왕복표를 끊은 뒤 다시 상행선을 타고 오송역에서 내린 것을 확인하면 환불하는 제도가 있음을 알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열차안에 분실물을 놓고 내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구용 오송역 부역장은 "휴대폰을 놓고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10분내에 신고를 하면 역무원들간 신속한 연락으로 80~90%는 찾을 수가 있다"며 "불편한 사항은 역무원들과 상의하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2일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오송역의 열차 정차횟수는 현재 70여 회에서 120회로 늘어난다. 하루 이용객도 1만명을 넘어 연간 약 40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듯한 일손에다 업무 특성상 전체 직원들이 다 참석하는 회식자리 한번 만들기 어렵지만 오늘도 오송 역무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문영석 오송역장은 "경부고속철 개통 당시 준비단 근무를 했는데 이번 호남고속철 개통때는 분기역인 오송역장을 맡아 정말 감개무량하다"며 "30여 명 전 직원들과 함께 친절하고 편안하게 승객들을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익규 / 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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