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한인섭 정치행정부장 겸 부국장

충북의 관가(官家)가 요즘 온통 '돈 얘기'이다. 충북도의회가 청주 중앙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독립청사를 추진하자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기다렸다는듯 용지부담비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일은 대표적 사례이다.

TV드라마로 일반에 잘 알려진 '쩐의 전쟁'과 같은 얘기는 또 있다. 충북도의회가 꺼낸 '인사조사특별위원회 카드' 이다. 도의회는 출자·출연기관 인사검증을 명분 삼지만, 지난해 폐지한 '재량사업비'를 대체할 '패'를 내놓으라는 소리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아 많은 이들은 액면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도지사 재량사업비격인 시책추진보전금(특별조정교부금) 집행에 참여하겠다는 취지 아니냐는 것이다.

자신의 공약사업에 쓸 예산조차 '좌고우면'하다 결국 덜 쓰는 방안을 내곤한다는 이 지사의 '예산 씀씀이'로 보면 두가지 사안 모두 유쾌하지 않은 제안일 것이다. 더구나 충북도당 회의실에서 개최한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 불려간 도의원 전체가 인사조사특위 추진에 서명한 후 추진을 공식화한 공세적 행태는 더욱 못마땅했을 것이다.

결국 이 지사는 인사청문특위가 법적 근거가 없고, 인사권 침해라는 점을 들어 한치의 양보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인사"라는 도의회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쐐기를 박았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충북도의 입장이 나올 정도로 이 문제만큼은 단호해 보인다.

도의회 독립청사 추진도 마찬가지다. 이 지사는 청주 중앙초 용지를 도교육청이 무상으로 내놓으라는 '카드'를 내놓는 방식으로 단박에 국면을 전환시켰다. "장남(충북도)만 도의회를 모셔야 하냐. 차남(교육청)도 분담해야 한다"는 게 이 지사의 논리인 모양이다. 도교육청은 즉각 "공짜로 내놓으라니…"라며 핏대를 올렸다. 도교육청은 내친김에 "충북도가 그동안 미납한 학교용지부담금 550억원을 갚으라"며 독촉장을 보내듯 '한방' 날렸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41개교를 신설하며 발생한 충북도 부담금 907억원 가운데 미납된 550억원을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양 기관의 갈등 탓에 독립청사가 쟁점인지, 학교용지 분담금이 쟁점인지 혼란스럽게 됐다. 독립청사 건립은 결국 뒤로 밀려 '링'을 벗어난 꼴이 됐다. 이런 양상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공감대가 부족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 점을 간파한 충북도와 교육청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용지비 분담을 쟁점화해 '독립청사=돈'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도의회는 곱씹어봐야 한다.

인사특위나 독립청사 문제 모두 도민 공감대는 물론 의회와 집행기관의 손발이 맞지 않아 일방이 '어깃장'을 놓으면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듯 도의회 새누리당측이 여건에 따라 '인사특위 카드'를 철회할 수도 있다며 유연한 태도로 변했다. 충북도도 타협점을 모색하는 모양이다.

과연 이 지사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되는 상황인데, 이쯤 되면 유연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말많던 재량사업비 폐지 이후 말로만 지역구를 챙겨야 할 처지가 된 의원들의 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다. '지사 시책 추진보전금'이든, 본 예산을 활용하든 의원들의 '고충' 흡수할 장치를 마련하는 게 옳아 보인다. 의욕 넘치는 초선의원이 주도하는 도의회 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닌듯 싶다. 인사특위를 해결할 해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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