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최동일 교육·제2사회부장 겸 부국장

충북교육의 사령탑인 충북도교육청은 늘 조용하다. 직원들도, 방문객도, 청사 주변도 조용하다. 하물며 어떤 일이 있을 때 반응도, 대응도 조용조용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최근들어 도교육청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조용한 청사내 분위기가 아니라 외부를 향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육계의 특성상 눈에 띄는 변화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닌데 확실히 눈에 띌 만큼 목소리가 커지면서 세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커진 목소리의 시발점은 물론 도교육청의 수장인 교육감이다. 김병우 교육감 취임이후 나직막하던 목소리는 도교육청을 울림판으로 삼아 갈수록 크게 퍼져나가고 있다. 업무개선, 관행 탈피, 변화 요구 등 그동안 교육계 안쪽에서만 울렸던 커진 목소리가 최근 외부를 향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충북교육청의 커진 목소리가 관심을 끌게 된 데에는 그 상대가 충북도이기 때문인 것도 한몫하고 있다. 시작은 '무상급식 분담금'이었는데 충북도의 선공에 충북교육청이 만만치 않은 반격 카드를 내놓으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2013년에 체결한 합의각서만으로는 해결이 안되자 이시종 지사와 교육감의 관계가 새삼스럽게 관심을 끄는 등 여진(餘震)이 뒤따랐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예상이 됐지만 그 다음에는 충북도도 당혹스러워할 만한 국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이 넘은 학교용지부담금이 그 카드인데 무상급식과는 달리 충북도는 이렇다 할 대응조차 못한 채 앉아서 당하는 꼴이 됐다.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카드였는데 마침 도의회 신축청사 부지 문제로 일전을 치른 뒤여서 파장은 더욱 컸다. 물론 도교육청은 학교용지부담금 독촉이 도의회가 신축부지로 점찍은 옛 중앙초 땅값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년전부터 해결해달라고 도에 요구했고 이달초에는 직원을 보내 협의했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10년을 끌어온 문제인만큼 그동안 해결요구가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활용방안을 세우기 위해 '땅값에 대한 입장을 빨리 밝혀달라'는 요구를 바로 전날 공개적으로 주문한 도교육청이 '밀린 부담금 독촉'을 그냥 문득 생각나서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 교육감도 독촉장을 보내기에 앞서 "매듭짓지 못한 일이 산적해 있는데 손을 놓고 있는게 아니라 매우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다"며 그 대상으로 도의회 청사 부지, 무상급식 예산 등을 거론했다.

작정을 한 것인지, 시기가 맞아 떨어진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충북교육청이 할 말은 거침없이 하겠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른 기관과의 관계 또는 여럿이 맞물린 현안에 대해서도 도교육청은 확실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매우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해서' 말하겠지만 말이다. 이같은 자세 변화의 이면에는 기본적인 자신감도 있지만 열악하고도 심각한 재정문제가 깔려있다. 교육부 재정지원금을 좌지우지하는 재정평가와 직결된 학교용지부담금이나 학교이전이 너무나 시급한 충북예술고, 계속 늦어지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 등 지금 도교육청의 재정상태는 최악이 따로 없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고 하는데 돈 문제로 다투다보면 서로의 관계가 부담스럽고 껄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 더 불편해지기 전에 양 기관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 서로 인심을 잃기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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