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석창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제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철도이다. 한때 철도는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졌지만, 정작 제천이란 도시가 탄생한 배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1년 9월 11일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이 개통되고 1955년 태백선 열차 운행, 1958년 충북선 열차 운행 등을 거치면서 제천은 철도교통의 요충지로 성장했다.

제천역은 1950년대에는 강원지역 무연탄과 시멘트의 생산원에 인접한 철도역으로서 화물 취급의 최대 집결지로 이용됐다. 특히 국내 유일의 국산 에너지자원이었던 무연탄이 1961년 석탄개발 임시조치법 발효 등 정부 지원 아래 1980년대 초반까지 서민연료로 사용되면서 1982년에는 88만톤의 화물을 취급하는 등 명실상부한 산업철도의 중심역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과 영동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화물 수송량이 점차 감소, 2010년에는 1989년 대비 9.7% 수준인 6천톤으로 실적이 급감했다. 결국 2010년 12월 30일부터는 제천역에서 화물 취급이 중지됐다.

여객도 마찬가지이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 개통 등 도로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충북선, 태백선, 중앙선 이용 승객이 점차 줄어들었다. 1970년대 연간 200만명이었던 여객 수요가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2009년에는 연간 10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KTX 도입 등 철도 고속화로 경쟁력이 강화되고 환경친화적인 녹색교통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커지면서 투자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철도교통중심의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중앙선 덕소~원주 복선전철화 사업 완공 후 제천역 이용객이 2010년부터 늘어나 2013년에는 160만명까지 증가하면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특히 2018년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중인 원주~제천 복선전철 사업이 마무리되면 운행속도가 시속 110km에서 200km로 향상된다. 청량리~제천 운행시간도 2시간에서 1시간 20분으로 단축돼 수도권에서 제천을 찾는 이용객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2014년 착공한 도담~영천 복선전철 사업이 준공되면 제천역은 중앙선의 주요 환승역으로 자리매김 한다. 더불어 여주~원주 철도가 신설되면 여주, 이천, 광주, 판교 등 경기남부지역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 계획 중에 있는 경기도 광주~수서구간이 완공되면 서울 강남(수서) 진입도 훨씬 쉬워진다.

최근의 철도역은 고속화로 인해 역간 거리가 먼 대신 권역 내 허브(Hub) 역할을 하면서 각종 환승시설과 상업·편의시설 등이 들어서 지역발전의 거점 역할을 한다. 제천역도 역사가 신축되면 환승기능이 강화되고 역세권 개발이 활성화돼 더욱 중요한 지역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필자가 국토교통부 간선철도과장으로 근무할 때 제천역 신축을 포함한 원주~제천 복선화 사업과 제천~영천 중앙선 고속화 사업을 직접 계획했기 때문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다.

철도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철도는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있어 국민적 인식도 바뀌고 있다. 도시단절의 원흉이던 철도가 이제 제천·단양을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 경부선축 중심의 국토발전이 중앙선 충북선을 축으로 하는 균형발전의 시대로 전환되면 제천과 단양은 더이상 수도권에서 멀기만 한 낙후지역이 아니라 중간 거점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제 제천역을 중심으로 강원지역의 특색인 뛰어난 자연환경을 활용해 열차관광 상품화하고 제천역 주변에서 청풍·단양·강원권으로 여행할 수 있는 환승교통과 여행센터건립 등 혁신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만들어나간다면 제천·단양지역이 예전의 번영을 뛰어넘는 르네상스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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