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오미경 충북분석심리연구소 '사람과 삶' 대표

서울 성수동에는 젊음의 가쁜 숨소리가 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젊은이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좁은 골목으로 모여들었다. 지금은 과거가 되어 버린 성수동은 소규모 공장이 밀집된 공업지역으로 기름냄새와 가죽냄새가 배어있던 곳이다. 이곳에 젊은이들이 약 22곳이나 되는 소셜벤처를 설립하면서 명실공이 '소셜벤처밸리'를 형성했다. 이들의 재산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열정이다. 공통된 관심사는 '사회'에 있다. 자신들의 생각과 방식으로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빈부격차를 무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업을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소셜밴처 지망생들과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셰어하우스(share house)에서 생활하면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간다. 위안부할머니, 노숙자, 배움의 기회가 없는 학생들, 국내외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직원이며 협력자들이다. 20대에서부터 30대 중후반의 나이. 이들이 실현하고 있는 사업형태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m)은 1970년대부터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5만5천여 개의 사회적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전체 고용의 5%, GDP의 1%를 차지한다. 총 매출액은 약 50조원(2006년)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 7월부터 노동부가 주관하여 시행되고 있는 사업니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재화,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 활동을 수행해 얻은 이익은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기부를 통해 또 다른 공동체를 지원한다.

이들 중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일정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아직도 그 일을 계속해야할지 그만두어야 할지를 매일 고민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꿈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 될까봐 다소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꿈은 소박하다. 그러면서도 당차고 원대하다. 내국의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세계 각 나라의 어려움도 모두 수용하고 소통한다. 재료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이 이러한 삶을 선택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그저 주어진 삶을 누리고 살 것인지, 삶이 불편하더라도 바람직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수고를 감수할 것인지는 매일의 숙제다.

기업은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소수의 불편은 무시하는 것이 통례(通例)다. 좀 더 나은 삶, 좀 더 많은 이윤, 좀 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기업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기업의 슬로건에 하나 더 붙인다. 나눔! 소외된 사람들, 아픈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것이다. 이윤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고 희망을 나눈다. 일자리를 제공하고 삶의 기회를 준다. 목표를 제시하고 용기를 쥐어 준다. 함께 가자! 더불어 살자! 이것이 사회적 기업의 슬로건이다.

젊은이어서 할 수 있는 일. 그들이어서 낼 수 있는 용기다. 아직은 도전해볼 수 있는 삶이 있다. 개인은 물론 사회 그리고 국가는 이들의 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배만 채우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들의 행동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진정한 행복은 어떤 것인지, 잘 사는 것은 과연 어떤 삶이어야 하는지, 나눔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지금 이러한 젊은이들의 꿈에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의 선배들이다. 그들이 처음 먹은 생각을 끝까지 지켜갈 수 있도록 보듬고 다독여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삶을 먼저 살아 낸 사람들이다.

우리가 하지 못한 일,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했던 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언제나 파이팅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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