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박익규 세종·오송 주재 부국장

스위스의 바젤시를 가본 것은 아니다. 책(『누가, 스티브잡스를 이길 것인가』 장건희 지음)을 통해 바젤시를 알고 인터넷을 통해 조사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굳이 대한민국 오송과 스위스 바젤을 연관지은 것은 바이오 도시인 바젤시가 오송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다.

스위스 바젤시는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역으로, 바젤역은 스위스 수도인 베른과 취리히, 제네바로 연결되는 국내 고속철도의 분기역이기도 하다.

지리적 환경은 차이가 있지만 오송역은 대한민국 유일의 경부고속철과 호남고속철의 분기역이다. 충북선 고속화로 강원도를 지나 북한과 시베리아 철도로 이어진다면 훗날 스위스 베른역과 못 만나리란 법도 없다.

스위스 바젤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더 큰 이유는 바이오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강소국으로 알려진 스위스는 한국처럼 천연자원이 빈약한데다 전체 국토의 30%만이 거주지, 산업용지, 농지로 사용된다. 스위스도 먹고 살기 위해 뭔가 수출을 해야 했고, 현재 공산품의 85%를 수출하고 있다.

이런 작은 나라 스위스에는 세계 10대 제약회사가 두 개나 있다. 바로 노바티스와 로슈다.

우연히도 이 두 회사는 인구 20만명의 바젤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바젤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일까.

14세기 스위스에는 유럽전역에서 종교박해를 받던 종교 개혁가들과 인문주의자들이 몰려들었다. 성경책과 고전들이 번역되고 출판되면서 인쇄술과 기계산업, 제지산업의 융성으로 이어졌다. 바젤은 산업혁명의 과실을 무역을 통해 흡수해 제지와 섬유(안료)산업을 부흥시키고 나아가 화학산업으로 진화 발전해갔다.

바로 세계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전신인 '시바', '가이기'는 섬유(안료)회사이다. 로슈의 설립자는 카톨릭의 박해를 받던 수많은 프로테스트 난민들중 바젤로 피난 온 '라 로슈' 가족이다. 종교개혁과 산업혁명의 뿌리가 오늘날 바젤의 근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제약산업을 평정하고 있는 노바티스와 로슈 역시 과거 섬유, 염색공업, 화학산업에서 진화를 계속해오고 있다. 바젤은 조만간 바이오산업의 중심지가 될지도 모른다.

과거 에라스무스의 시대로부터 시작된 바젤의 문화와 과학기술, 산업의 발전이 바이오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오송이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적인 바이오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 스위스 바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송 역시 바젤 처럼 수준 높은 학문과 문화, 기술이 잘 융합된 진보적 도시로 디자인해야 한다. 청주가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고장임을 더욱 자랑하고, 바이오 도시로 진화하기위한 과학기술 문화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아울러 국책기관, 첨복재단 등 오송을 중심으로 바이오산업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지역의 기관 단체, 기업들의 융합 역시 오송발전의 시너지로 삼아야 한다.

바이오 산업은 일반인의 눈에 띄는 산업이 아니다. 오송에 대한 기대감이 선뜻 와닿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바이오 산업은 수십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바이오산업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의 캐시카우(Cash Cow)가 될 날을 기대한다. 반도체가 그랬듯 충북 오송이 세계를 선도하는 그날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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