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 헌책방 프로젝트 '침묵의 서책들'展

전시장에 들어서니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여러 컷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작품을 하나 하나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세월을 머금은 헌 책방 풍경이 긴장했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한다.

청주시 사직동 653예술상회 갤러리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김기성(35) 작가의 헌책방 프로젝트 '침묵의 서책들(The Silent Books)'.

그는 한국과 독일의 헌 책방 풍경을 배경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속에 퇴색되어가는 책의 위상과 의미, 가치에 대한 단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오브제로 하되 책의 변형, 훼손, 왜곡없이 책 본연의 본능적인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 시간에 의해 색이 바래지는 지극히 단순한 책의 성질에 착안, 책의 배면이 드러나도록 뒤집어 꽂는 작업을 시도했다.

"요즘 우리 사회가 디지털, 인터넷, 미디어, SNS를 통해서 지식과 정보, 그리고 감성까지도 얻는 시대가 됐잖아요. 그런 가운데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책이 가지고 있던 기능성이 사라지고 사람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구요.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면서 책이 사물로써 가지고 있는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일단, 내용을 제외하고 책 본연의 모습을요."

김 작가가 이번 헌 책방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처음 접근한 곳은 도서관이었지만 이용객들의 불편을 생각해 포기하고, 고민을 거듭하다 찾은 곳이 헌 책방이다. 헌 책방을 돌아다니면서 그는 아주 흥미로운 공통분모들을 발견하게 됐다. 책이 시대에 밀리고 있는 것처럼 헌 책방 또한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 밀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대부분 변두리에 위치하며, 헌 책방 주인 또한 나이도 많고 생업으로 오랜 세월, 한 곳을 지키고 있다는 것.

그는 청주예고,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를 거쳐 개념적인 접근과 진지함을 찾아 독일 쾰른 미디어아트 아카데미 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가 8년 동안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부러웠던 것은 어느 작은 도시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작은 문화에 대해 진진한 태도를 가지며 함께 토론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우리 지역에서 그런 작은 가치들이 중시되는 풍토를 확산시켜나가는 것이 꿈이다. 내면보다는 외형을 추구하고, 작은 것보다는 큰 것에 매달리는 기술·과학의 광속시대에 우리들이 잃어가는 것들을 조명해 감성적인,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 그의 희망사항이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마음에서 기획했고, 비디오 등 행위적인 것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다가 책, 헌책, 헌책방 주인이 주는 공통분모를 보다 편안하게 전달하고 싶어 아날로그 대형 카메라(Large Format Camera)를 택했다. 전시제목 또한 그런 컨셉을 살리고 싶어 '침묵의 책'이 아닌 '침묵의 서책'으로 여운을 살렸다.

"참 신기한 것이요, 한국과 독일의 헌 책방 주인들이 비슷한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오랫동안 한 곳을 지키고 있는 신념. 거기에 더해진 학식과 연륜, 삶에 대한 관조. 뒤돌아보니 그 분들의 이야기도 기록으로 남길 걸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다음에는 그런 것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그는 헌책방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들려주는 과거 '화려한 시절'의 책방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현대의 사라져가는 '의미'들에 대해 환기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우리의 인생처럼.

그는 작가로서 활동하며 청주 성안길 철당간 앞 우리문고 3층에 있는 '아뜰리에 갤러리' 공간기획자로도 일하고 있다. 독일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차별화된 '김기성식(式) 기획'을 만들어 가고 싶어 나서게 된 일이다. 그는 젊은 작가들이나 아마추어 작가, 작은 전시를 꿈꾸는 보통사람들에게 평생 잊지못할 인생의 기쁨과 가치를 담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열심히 뛰고 있다.

'스토리(Story)'가 있는 문화예술로 행복해 지는 세상을 꿈꾸는 그는 2015년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선정됐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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